1921년 일제 때 발굴한 경주 금관총 고분의 실체를 94년 만에 우리 손으로 찾아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은 금관총을 재발굴한 결과, 이 무덤이 5세기 말~6세기 초 만들어졌으며 당시 왕과 왕족, 최고위 귀족만 축조할 수 있었던 거대 봉분의 '지상식' 돌무지 나무덧널 무덤(적석목곽묘)임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발굴의 성과는 당시 일제가 완전히 조사하지 못했던 금관총의 세부 무덤 구조를 확인한 것. 조사단은 돌무지를 쌓기 전 세운 목조가구의 흔적을 발견했다. 김대환 학예연구사는 "목조 가구 시설은 황남대총에 이어 두 번째 확인됐으나 일종의 공사용 비계틀로 바둑판 모양의 대형 나무 구조물을 짜고 그 안에 돌무지를 축조해가는 과정을 차례대로 복원할 단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했다. 돌무지는 단면이 50도 정도 경사의 사다리꼴 형태이다.
그러나 무덤 주인공을 알 만한 직접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에 이미 유물을 대부분 수습했기 때문에 이렇다 할 출토 유물도 발견되지 않았다. 코발트 유리그릇, 은제 허리띠 장식, 금실, 달개 장식이 달린 금실 등 파편이 나왔다. 이한상 대전대 교수는 "고대사회에서는 황금에 버금가는 귀중한 재료인 유리그릇 파편이 주목된다"며 "동로마에서 수입된 것으로 보이며 김해 대성동 고분군에서도 이런 유리그릇 파편이 나온 적이 있다"고 했다. 조사단은 "이미 조선총독부 조사 때 봉분이 심하게 파괴돼 전체 크기는 알 수 없지만 40m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