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천년의 왕성(王城)인 경주 월성(月城)이 신라 멸망 이후 처음으로 속살을 드러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12월12일 고유제로 시작한 석빙고 인근 중앙지역(C지구) 5만7천㎡에 대한 시굴조사 결과를 18일 공개했다. 연구소는 시굴조사 결과, 기단과 초석(礎石·받침돌), 적심(積心·초석 밑 다짐돌) 등을 갖춘 건물지 6동과 담장 12기 등을 확인했다. 3호 건물지는 정면 12칸, 측면 2칸 규모로 길이가 28m에 이르며 폭은 7.1m인 초대형으로 드러났다. 장축을 동-서 방향으로 마련한 이 건물터는 적심 간 거리가 정면 2.3m, 측면 2.1m로 조사됐다. 1.4X1.4m 크기인 적심 위에 0.75X0.6m 규모의 자연석 초석을 올렸다. 부속 시설로는 배수로와 담장이 함께 확인됐다. 3호 건물지와 평행한 담장은 폭 1.0m에 강돌을 깐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는 고배(高杯·굽다리접시)와 병, 등잔, 벼루, 막새기와, 귀면기와, 치미 등 통일신라시대 유물도 수습됐다. 토기에서는 ‘우물 정(井)’ ‘입 구(口)’자 형태 음각 기호를 새긴 것도 있고, 월성의 해자와 동궁과 월지에서 발견된 ‘의봉4년 개토(儀鳳四年 皆土)’와 ‘습부(習部)’ ‘한(漢)’ 등의 글자를 새긴 평기와도 발견됐다. 습부는 왕경을 구성한 6개 행정구역 중 하나이며, ‘한’은 다른 지역 유사 유물 출토 사례로 볼 때 6부(部) 중 하나인 ‘한기부(漢祗部)’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봉4년 개토’에서 기와를 제작한 때가 ‘의봉4년(679)’이라는 대목에는 이견이 없으나 ‘개토(皆土)’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렇다 할 만한 정설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심영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이번 시굴조사는 지하 유구(遺構)의 매장 구조의 전반적인 양상을 파악하고자 실시했고, 현재까지 확인한 건물지와 담장 흔적들은 유적 내 최상층에 위치한 데다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시대에 걸친 토기와 기와류가 출토돼 통일신라시대 월성의 마지막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라천년의 왕궁인 월성 시굴조사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체성을 규명하고, 박근혜 대통령 공약사업인 ‘신라왕경(王京)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으로 시작됐다. 월성은 1914년, 일본 고고학자 도리이 류조가 성벽 하부 5개 층위를 발굴해 뼈화살촉과 뼈침, 탄화한 곡물, 토기편 등을 확인한 후 주변에서 간헐적인 발굴조사가 이뤄졌지만 내부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월성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의하면 서기 101년 파사왕(婆娑王)이 처음 쌓았고, 삼국유사에 신라의 국보였던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萬波息笛)’이 보관돼 있었다고 전해진다. 한편 연구소는 이번 시굴 조사 성과를 토대로 정밀 발굴조사 전환을 오는 20일 열리는 문화재위원회에 요청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