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설 연휴인 19일 아침부터 남북 경색의 책임을 상대측에 돌리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망향경모제에서 황부기 차관이 대독한 격려사를 통해 “이산가족과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는 남북관계를 떠나 천륜의 문제”라면서 “북한은 지금이라도 이산가족과 국군포로, 납북자 가족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고, 대화와 실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류 장관은 “정부는 올해의 역사적 무게를 잘 알고 있기에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과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 해결을 포함해 모든 현안을 놓고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혀왔다”면서 “하지만 북한은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외면한 채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북한의 책임을 주장했다.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선 “정부는 이산가족의 상봉을 정례화하고 생사확인과 가족 간 최소한의 편지 교환이라도 할 수 있도록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사진: 연합뉴스]
반면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9일자 신문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 발언을 거론하고 “그의 경망스러운 못된 입질이야말로 북남관계의 암초이고 불행의 화근”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올해 첫 통준위 위원장단 회의를 주재하며 “북한은 변화의 물결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서 하루 속히 개혁과 대화의 길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노동신문은 박 대통령이 자신들의 민족 최대 명절인 광명성절에 ‘용납할 수 없는 정치적 도발을 했다’면서 “박 대통령이 끝내 대결본색을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지난 16일은 북한이 ‘광명성절’로 기념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었다. 노동신문은 또 박 대통령이 ‘안보는 핵이 아닌 두둑한 지갑에서 나온다. 북한이 주민들을 배불리 먹이고 싶다면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야 한다’고 역설한 몽골의 푼살마긴 오치르바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은 경험에서 나온 이 고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한 데 대해서도 ‘수전노식의 논리’라고 매도했다.
"이산가족 영상편지 제작과 유전정보 보관 사업 등을 추진하겠다"
류길재 장관은 19일 오전 경기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제31회 망향 경모제 행사 중 황부기 차관이 대독한 격려사를 통해 ""북한은 지금이라도 이산가족과 국군포로, 납북자 가족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고, 대화와 실천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북한당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정부는 이산가족의 상봉을 정례화하고 생사확인과 가족간 최소한의 편지 교환이라도 할 수 있도록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류 장관은 북한당국을 겨냥, "정부는 올해의 역사적 무게를 잘 알고 있기에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과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해결을 포함해 모든 현안을 놓고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혀왔지만 북한은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외면한 채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지금이라도 이산가족과 국군포로, 납북자 가족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고 대화와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류 장관은 또 "올해는 분단된 지 70년이 되는 해다. 아쉽게도 분단 이전을 기억하는 분들이 계속 유명을 달리하셔서 이제는 전체 인구의 8%밖에 남아있지 않다"며 "이제 여유 있는 시선으로 분단을 지켜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류 장관은 "이러한 의미를 바탕으로 정부는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 모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이산가족의 상봉을 정례화하고 생사확인과 가족간 최소한의 편지 교환이라도 할 수 있도록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류 장관은 북한당국을 향해 "특히 장기간 억류하고 있는 김정욱 선교사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속히 석방해야 한다"고 북측에 요구했다.
이산가족 신청자 중 사망자 누계가 급속히 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지난해에만 3천500여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통일부 이산가족 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12만9천616명의 상봉 신청자 중 생존자는 6만8천264명, 사망자는 6만1천35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3년 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 중 사망자가 3천568명 늘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내년에는 상봉 신청자 중 사망자 누계가 생존자보다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산가족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매년 4천 명 가까운 이산가족들이 북녘의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고 있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1년간 숨진 이산가족 신청자는 총 4만1천903명으로, 연평균 3천800여명에 달한다. 현재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도 82%가 70세 이상 고령이어서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3년 내놓은 보고서에서 상봉 신청자의 사망률과 평균 기대여명으로 미뤄볼 때 생존자 가운데 70세 이상은 10년 내에 대부분 사망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들이 한 번이라고 가족과 만나려면 매년 상봉 규모를 7천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정부도 잘해야 1년에 1∼2번, 한 번에 100명 정도 상봉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고 보고 전면적인 생사확인을 통해 북한에 가족이 살아있는 이산가족들을 가리고, 이들을 대상으로 서신왕래 및 수시 상봉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가 제안한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에도 응하지 않는 등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북한은 조속히 대화에 응해 이산가족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