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년간 한국 중산층은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주거비와 교육비 지출 증가 속도가 더 빨랐다. 전체 지출에서 주거비와 교육비 지출 비중이 늘어난 반면 여가 및 건강과 관련된 지출은 줄어들어 삶의 질이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비와 교육비 등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소득증가 정책만으로는 중산층 삶의 질을 높일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12일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의 ‘우리나라 중산층 삶의 질 변화’ 보고서를 보면 2013년 현재 한국의 중산층 가구는 765만가구로 1990년(486만가구) 이후 연평균 2.0%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가구 증가율 2.5%보다 낮은 것이다. 1990년 전체 가구에서 중산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75.0%에서 2013년에는 67.1%로 낮아졌다. 중산층의 대표가구 형태도 변했다. 1990년에는 ‘4인가구-30대 후반-고졸-외벌이’였지만 2013년에는 ‘3인가구-40대 후반-대졸-맞벌이’로 변했다. 가족수는 줄고, 나이는 고령화되고 맞벌이가 많아졌다. 중산층의 소득은 1990년 월평균 82만원에서 2013년에는 384만원으로 연평균 7.0%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저소득층(연평균 6.1%)과 고소득층(연평균 6.8%)보다 높다. 가처분소득도 월평균 70만원에서 316만원으로 연평균 6.8%가 늘어났다. 이 역시 저소득층(5.8%)과 고소득층(6.6%)에 비해 높았다.
문제는 비용이다. 전·월세 부담이 급증하면서 중산층의 주거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중산층 가구의 평균 전세보증금은 1990년 890만원에서 2013년에는 1억1707만원으로 연평균 11.8%가 늘어났다. 중산층 평균 가처분소득 대비 보증금은 1990년에는 1.1배였지만 2013년에는 3.1배로 늘어났다. 중산층 가구가 한 푼도 쓰지 않고 3년1개월을 벌어야 전세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득지출 대비 월세 지출 비중도 1990년 11.9%에서 2013년에는 12.8%로 높아졌다. 교육비도 다른 계층보다 증가율이 높았다. 중산층 가구의 소비지출 대비 교육비 지출(정규 교육비와 보육비, 대학등록금 포함)은 1990년 13.4%에서 2013년 20.9%로 높아졌다. 특히 가처분소득 대비 사교육비 부담은 2000년 6.8%에서 2013년 10.5%로 높아졌다. 이는 고소득층의 8.3%보다 높다. 주거비용과 교육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오락·문화·외식비 지출 비중이 축소됐다. 중산층 가구는 1990년에는 총소비지출의 5.9%를 여가에 들였지만 2013년에는 5.3%만 썼다.
보건·의료비 지출 비중도 1990년 6.5%에서 2013년 6.4%로 소폭 감소했다. 중산층의 여가 소비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으면서 내수도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성근 연구위원은 “중산층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득개선도 필요하지만 주거·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여가비용을 더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