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비해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의 종교인 비율이 감소했으며 이는 젊은 층의 종교인 비율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종교별로는 개신교와 천주교 인구는 정체된 가운데 불교 인구의 감소세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해 4월17일∼5월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50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해 펴낸 '한국인의 종교' 보고서에 따르면 10년 전인 2004년 조사 때는 종교인의 비율이 54%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50%로 4% 포인트 감소했다.
종교인의 비율이 감소한 것은 젊은 층의 종교인 비율이 두드러지게 감소한 데 주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 조사에서는 종교를 믿는 20대 비율이 45%였지만 2014년 조사에서는 31%로 14%포인트 감소했다. 30대 종교인 비율 역시 10년전 49%에서 이번 조사에서는 38%로 11%포인트 감소했다. 40대와 50대 종교인 역시 각각 6%포인트(57%→51%), 2%포인트(62%→60%) 감소하긴 했지만 20∼30대 감소폭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었다. 종교별로는 불교 22%, 개신교인 21%, 천주교인 7%, 비종교인 50%로 종교인 가운데는 불교 인구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0년 전과 비교해 불교인은 2% 감소했고 개신교인과 천주교인은 변화가 없었다. 불교의 경우 2030세대 비율이 10% 내외, 5060세대가 30% 이상으로 연령별 격차가 큰데 비해 상대적으로 개신교와 천주교는 신자의 연령이 고르게 분포된 것으로 분포됐다.
갤럽은 지난 1984년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 의식'에 대한 조사를 처음 한 이래 1989년과 1997년, 2004년에도 비슷한 조사를 했다. 1989년부터 조사 보고서 분석에 참여한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는 "2030세대의 탈(脫) 종교현상은 종교 인구의 고령화, 더 나아가 향후 10년, 20년 장기적인 종교 인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 이사는 또 "10년 전 조사에서는 불교의 약진, 개신교의 정체, 천주교의 감소로 요약됐지만 2014년 현재 종교 인구 지형은 불교의 감소, 개신교와 천주교의 정체로 요약할 수 있다"라며 "종교 인구 측면에서는 현재 불교인의 증감이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2.5%포인트(95% 신뢰수준)이다.
사회에 대한 종교의 영향력도 급격 감소
국민들이 종교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이 상당히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 단체에 대해서는 종교 본래의 뜻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지적에 과반수가 동의했으며, 성직자와 관련해서는 품위·자격이 미달된다는 인식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는 이 같은 결과를 담은 2015 한국인의 종교 비교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난 1월 28일 ‘한국의 종교 실태’ 2월 4일 ‘종교 의식’에 이어 이번에는 ‘종교 단체와 종교인에 대한 인식’이 공개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4월 17일부터 5월 2일까지 3주간 전국(제주 제외) 만 19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설문조사결과 종교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심각했다. 우리 사회에 종교가 끼치는 영향력이 과거보다 증가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응답자는 반수를 넘지 않았다. 1984년에는 68%에 달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47%로 급감했다. 대신 종교 단체가 종교 본래의 뜻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지적하는 데에는 63%가 긍정했다. 종교단체들이 참 진리 추구보다는 교세 확장에 더 관심이 있다고 지적하는 비율도 높게 측정됐다. 비종교인은 76%가 긍정했고, 개신교인은 53%로 가장 낮았다. ‘매우 그렇다’는 답변은 23%, ‘어느 정도 그렇다’ 45%, ‘별로 그렇지 않다’ 24%, ‘전혀 그렇지 않다’ 4%의 응답률을 보였다.
연구소는 이 같은 조사 결과가 종교단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과거 네 차례 조사에서는 ‘그렇다’는 응답이 모두 70%를 넘었으나 이번에는 68%로 완화된 양상이며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1984년 14%에서 2014년 28%로 두 배 늘었다. 종교별 변화 양상도 달랐다. 특히 개신교인에서만 ‘그렇다’는 응답이 1984년 71%에서 2014년 53%에 이르기 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는 점이 두드러졌다.세습에 대해서는 87%가 ‘해서는 안 된다’고 답변하는 등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종교별로 보면 불교인88%, 천주교인 89%, 비종교인 89%로 모두 90%에 육박했다. 그러나 개신교인만 유독 10년 전에 비해 10%가 줄어 81%를 기록했다.
우리 국민들이 바라보는 성직자들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못했다. 10명 중 9명 가까이 ‘우리 주변에 품위, 자격 미달 성직자가 많다’고 봤다. ‘매우 많다’고 답한 응답자도 22%나 됐으며 ‘어느 정도 있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65%나 차지했다. 합하면 87%가 긍정하는 답변을 했다. 반면 ‘(별로+전혀) 없다’는 답변은 13%에 불과했다. 종교별로도 비율은 비슷했다. 종교인들이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절반을 넘어섰다. ‘잘 지키지 않는다’가 55%, ‘지키고 있다’는 45%의 비율을 보였다. 이번 조사결과 종교 단체의 부정적인 면에 대해 우리 국민 3분의 2가 동의했다. 종교별로 보면 비종교인이 종교단체와 종교인에 대해 가장 부정적 입장이었고, 개신교인은 그 정도가 가장 덜했으며 천주교인과 불교인은 그 사이에 위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윤승용 이사는 이러한 조사결과와 관련해 “현재 사회에서 비난받고 있는 한국의 종교가 자신의 본령인 ‘시민공동체’의 일원으로 당당해지기 위해서도 ‘시민적 공공성’ 확보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