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자가 일반사망으로 처리되면 국립묘지 안장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A 이병의 부모는 자식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재조사와 순직 처리를 요구, 16년간 군 병원에 안치된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9월 복무 중 자살한 장병도 순직 처리할 수 있도록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을 개정했다. 이 훈령 개정으로 국방부는 자살한 A 이병의 사건을 재심사한 결과 구타와 가혹 행위가 있었고 부대관리가 소홀했던 사실을 확인하고 순직 처리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A 이병의 시신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지난해 5월 당시 근무했던 지휘관과 전우가 지켜본 가운데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국방부는 13일 "A 이병의 사례와 같이 지난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장기 미인수 영현은 53위(시신 7구, 유골 46위)에 달한다"면서 "지난해 장기 미인수 시신 처리 업무를 전담하는 '국방영현관리TF'를 신설한 데 이어 전공 사상자 처리 훈령을 개정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족에게 인계된 영현 53위 중 43위는 순직 처리되어 국립묘지에 안장됐고 나머지 10위는 순직 처리 심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시신 16구와 유골 122위 등 영현 138위는 군 병원의 시신 냉동고에 장기간 보관되어 있다.
유족들이 복무 중 사망한 아들의 사인을 철저히 규명해 순직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신 인수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장기 미인수 영현과 관련해 유족들의 고통과 아픔을 인식하고 관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국방영현관리TF에서 유족들을 면담하고 연락이 끊긴 유족들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혈구탐식증후군으로 사망한 한 이병의 경우 당시 의학적 소견으로 일반사망 처리됐다"면서 "지난해 이 사건을 재심사해 순직으로 결정했으며 연락이 끊겼던 부모를 찾아내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