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충무로" 절대공식 깨져 ▶강남 등에 고급 매장 생기고 인터넷·동물병원서도 분양 대형 마트도 동물숍 늘려 ▶"대한민국 애견 1번지" 서울 충무로 애견거리가 그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애견센터·동물병원 등 60곳이 넘었던 애견 관련 점포가 지금은 절반도 안 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애견시장은 연간 1조8000억원 규모로 매년 11%가량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충무로 애견 거리는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충무로 애견거리는 썰렁하다. 대낮이었지만 셔터가 내려진 점포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문을 닫은 가게들은 글씨가 지워진 간판을 내건 채 방치되고 있었다. 한때 애견센터가 있던 자리에는 휴대폰 판매점이 들어서 있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40여개 수준이었던 애견센터는 15개 미만으로, 각각 6개씩이던 동물병원과 애견 미용학원은 절반으로 줄었다. 상인들은 "다들 대놓고 이야기는 못 하지만 잘될 때에 비해 매출이 절반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셔터가 굳게 내려진 충무로 애견 거리 가게들. 가게 문을 닫은 지 수년이 지났어도 글씨마저 지워진 간판은 그대로다./곽래건 기자 rae@chosun.com 퇴계로 4가와 5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충무로 애견거리는 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1960년대부터 이미 애견 상권이 활성화돼 있었다. 국내 최초의 애완동물 센터인 "애조원"이 명동에 문을 열었다가 명동 개발에 밀려 충무로로 옮겨오자 그 주위로 애견센터가 하나 둘 들어섰다. 1가족 1자녀 정책이 시행되던 1980년대에 일었던 애완견 붐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됐고, 2000년대 초반까지도 애견센터가 계속 늘었다. "애견=충무로"라는 공식이 통하던 때였다. 변화가 생긴 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서울 강남이나 분당 등을 중심으로 충무로와는 차별화된 고급 애견 센터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애견 센터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직접 소비자들에게 애견을 파는 업자들도 늘어났다. 인터넷 카페 등을 중심으로 자신이 키우는 개가 낳은 새끼를 분양하는 경우도 늘었다. 계속 늘어나는 동물병원 숫자도 한몫했다. 동물병원에서 동물 진료만 하는 게 아니라 애완동물 분양은 물론 관련용품까지 팔면서 애견 센터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애견 분양을 하는 동물병원 숫자는 계속 늘어 이제는 애견 센터보다 병원 숫자가 더 많다. 그때부터 애완견을 사려면 충무로에 가야 한다는 공식이 깨지기 시작했다. "충무로에서 병든 강아지를 판다"는 언론 보도도 악재로 작용했다. 2007년 충무로에서 산 지 얼마 안 된 강아지가 병들어 있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폐사하는 경우까지 있다는 언론 보도가 연이어 터져나오면서 애견 거리는 한바탕 홍역을 앓아야만 했다. 황모(50) 사장은 "당시 지적된 문제가 충무로 애견거리만의 문제가 아니었는데 우리가 대표적으로 비판대상이 되면서 억울한 면이 있다"며 "지금은 강아지를 칸별로 나눠놓는 등 상당히 개선됐다"고 했다. 대형 마트들도 애견 분양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마트는 2010년 12월 이마트 트레이더스 구성점을 시작으로 전국 10개점에 "몰리스펫샵"을 운영하고 있다. 소규모의 매장이 아니라 고양이까지 분양하는 애완동물 전문점이다. 롯데마트도 지난 15일 서울 송파점에 애완용품 전문점인 "펫가든"을 선보였다. 한국애견협회 박애경(52) 사무총장은 "애견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애견 분양 시장도 다양화되고 있다"며 "충무로의 애견 센터는 대부분 영세한 규모인데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