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대장암 수술을 받는 67세 할머니의 병실에 우스꽝스러운 광대 옷을 입은 노인이 갑자기 나타났다. "당신이 태어날 때부터 지켜봐 온 친구"라며 "함께 여행 가자"고 한다. 재작년 8월 서울에서 창단공연을 한 "웰다잉 연극단"의 두 번째 연극 "행복한 죽음"의 한 장면이다. 27일 충북 옥천 성모노인요양원에서 가진 공연까지 벌써 33번째다. 연극인 장두이씨가 극본을 쓰고 기획했지만 50~70대 배우들은 모두 아마추어다. 각당복지재단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를 통해 "웰다잉 강사 과정"과 "죽음준비 지도자 과정"을 마치고 웰다잉 강사로 활동해온 이들이다. 죽음에 대해 얘기하길 꺼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 방법에 대한 고민이 이들을 연극 프로젝트로 이끌었다. "죽음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찾아오잖아요. 죽음 앞에 사람은 얼마나 당당하고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에서 연극을 하게 됐어요." 연극 "행복한 죽음"의 주인공은 눈앞에 닥친 죽음을 부인하다가 결국 가진 것 모두를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내놓고,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세상에서 퇴장한다. 연극단은 그동안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대학·교회·복지관·노인회관 등 불러주는 곳마다 찾아갔다. 단장 최명환(63)씨는 "배우들에게 다가와 손을 덥석 잡는 어르신들을 볼 때, 또는 그들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절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기로 서약하는 것을 볼 때 강의만으로는 전할 수 없는 메시지가 전해진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
최 단장은 자신이 죽을 때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과 지내고 있을지 상상해 기록하는 "나의 사망기"와 "유언장"을 써보라고 했다. "그러면 죽기 전까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깨닫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수 있으니까요. 각자의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를 만드는 거와 같아요."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