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드"는 작정하고 만든 밀실(密室) 스릴러다.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영화는 관(棺) 속에 갇힌 한 사내의 사투를 그린다. 이라크에 파견된 민간인 트럭운전사 폴 콘로이(라이언 레이놀즈)는 정신을 차려 보니 2m 아래 땅 속에 묻혀 있다. 터무니없게도 러닝타임 94분 동안 카메라는 단 한 번도 그 관을 떠나지 않는다. 나오는 인물도 라이언 레이놀즈 단 한 명뿐. 하다못해 플래시백으로 보여주는 과거의 회상 장면도, 연상으로 보여주는 다른 인물도 없다. 등장인물 단 한 명, 옴짝달싹 못하는 관 하나가 공간적 배경의 전부다. 그런데 경이롭게도 영화를 보는 내내 손바닥에는 땀이 멈추지 않는다. 폴 콘로이 수중에 있는 것은 휴대전화, 지포 라이터 그리고 연필 하나가 전부다. 콘로이는 외부에서 걸려온 전화를 통해 자신이 이라크 반군에게 납치되어 땅에 묻혔고, 몸값을 내지 않으면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사내는 911, FBI, 국방부, 회사, 아내, 친구 등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전화번호를 총동원해서 몸부림친다. 장르적으로는 이렇게 스릴러지만 "베리드"는 주인공의 통화를 통해 한 인물의 공포를 비정규직 문제, 이라크 파병문제, 관료주의, 휴머니즘 등 사회 전반의 영역으로 확장시킨다. 중간중간 관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뱀의 공격과 작은 화재까지 겪으며 "베리드"는 자신의 좁은 장르적 울타리와 공간적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가히 "관 속의 인디아나 존스"라 부를 만하다. |
거친 숨소리, 혼란스러움, 알 수 없는 움직임, 벽을 두드리는 소리만 들린다. 6분간 화면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지하 6피트의 관 속, 사방이 막혀 있는 것은 물론, 돌아 눕는 것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울어서도 분노해서도 안 된다. 산소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도 없다. 오직 적막만이 흐르는 순간, 주인공 폴의 손에 갑자기 들어온 라이터. 이 한 줄기 불빛이 희망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누구 것인지 모르는 핸드폰이 있다. 이제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다. 이라크에서 근무하는 미국 CRT 회사 소속의 트럭운전사 폴 콘로이(라이언 레이놀즈 분)는 갑작스러운 습격을 받고 눈을 떠보니 이라크 사막 한복판에 홀로 생매장돼 있는 상태다. 직감적으로 그곳이 땅속임을 안 그는 손에 잡히는 핸드폰으로 집, 아내, 911, 친구, 국방부, 회사에 닥치는 대로 전화해서 구조를 요청한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모든 사람들은 부재중이거나 그에게 무관심하다. 심지어 책임을 미루며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폴은 계속해서 실낱의 희망을 갖고 한 손은 라이터를 다른 한 손은 핸드폰을 잡고 전화를 걸지만 핸드폰 배터리만 닳아갈 뿐이다. 엎친 데 덥친 격으로 갑자기 들린 굉음과 함께 관속으로 모래가 새어 들어오는 상황에 폴은 절망한다. 관 속이란 폐쇄적 공간에서 혼자만의 힘으로 영화를 이끌어 나가야 했던 주인공 "폴"역을 맡은 라이언 레이놀즈는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 속에서 두려움, 희망, 분노, 절망 등 죽음 앞에 맞서는 인간의 극한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미 각종 언론, 평단에 "미친 연기"라는 찬사를 받으며 2011년 아카데미 수상까지 기대하고 있는 라이언 레이놀즈는 영화 "베리드"를 더욱 리얼함이 살아 있는 영화로 업그레이드 시켰다. 영화는 95분동안 관 안에 있는 폴의 절박한 모습과 전화기로 들려오는 차갑고 냉정한 목소리를 대비시키며 세상에 메시지를 던진다. 영문도 모른 채 관속에 갇힌 폴이 구조요청을 시도하는 수많은 통화을 통해 영화는 거대 사회에 숨겨진 이면과 이기주의 관료주의에 대해 과감히 이야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