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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약속

▶서울대에 20억 기부… "어머니 산소 꼭 돌봐주오"
▶기부한 외동딸 숨지자 학교측, 폭우 속에 제사

중부 지방에 하루 동안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지난 9일, 서울대 발전기금사무처 김성윤(40) 모금총괄실장 등 서울대 직원 2명은 액센트 승용차를 몰고 오전 9시쯤 학교를 나섰다. 국도를 따라 2시간쯤 달려서 경기도 포천시 "황동묘원"에 들어선 김 실장 일행은 구두를 벗고 양복바지를 걷은 뒤 등산화를 신었다.

40만㎡(12만평) 규모의 묘원은 적막했다. 쏟아져 내리는 흙탕물이 걱정스러워 둘러보러 나온 관리소 직원뿐이었다. 김 실장 등은 2007년 7월 9일 90세를 일기로 별세한 서기순 할머니의 묘소 앞에 전날 시장에서 장만한 사과와 배, 밤과 대추, 대구포를 차리고 절을 올렸다. 서 할머니 묘소 바로 옆에는 지난 1월 58세를 일기로 타계한 외동딸 백추현씨도 나란히 묻혀 있다.

김 실장은 제사를 지낸 뒤 "효성스러운 따님과 함께하시니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도 참 평화로워 보이십니다"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서 할머니 묘비에는 "어머니 사랑합니다"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김 실장이 폭우 속에서도 위험한 길을 달려 제사를 지내러 간 것은 20억원 상당의 재산을 서울대에 기부하고 세상을 떠난 백씨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 9일 경기도 포천시 황동묘원에서 서울대 김성윤 실장이 고(故) 서기순 할머니의 2주기 제사를 지낼 준비를 하고 있다./서울대발전기금 제공
백씨는 어머니가 노환으로 별세한 뒤, 유산 전액을 서울대에 기부하며 "나는 독신이니 내가 죽더라도 우리 어머니 산소는 꼭 돌봐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젊어서 남편을 잃은 서 할머니는 일흔이 넘을 때까지 서울 길음시장에서 수세미와 고무장갑 등을 팔았다. 날마다 그날 번 돈을 은행에 저축하는 게 낙이었다. 은행 창구 직원 시절부터 서 할머니와 알고 지낸 조인규(47) 기업은행 면목동지점 부지점장은 "서 할머니가 입버릇처럼 "외동딸을 봐서라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며 다 떨어진 속옷을 걸레가 될 정도로 기워 입었다"고 했다.

서 할머니가 별세했을 때, 백씨도 건강이 좋지 않았다. 서울대 발전기금 황신애(36) 부장은 "백씨가 "어머니가 몸이 약한 나를 돌보느라 평생 고생하셨다"며 자기 건강보다 어머니 제사를 더 염려했다"고 전했다.

서울대는 서울대발전기금장으로 백씨 장례를 치르고, 어머니 옆에 장지를 마련했다. 지난 3월 9일 백씨 49재를 지낸 데 이어, 폭우가 쏟아진 9일에는 백씨와 약속한 대로 서 할머니의 2주기 제사를 지냈다. 서울대발전기금 남익현 상임이사(경영대 교수)는 "기부자의 애틋한 뜻을 최대한 존중하기 위해 앞으로도 꼬박꼬박 모녀 제사를 챙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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