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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장례문화

안락사 청원,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 삶이란...

사랑하는 여인과도 같고, 머릿결을 스치는 바람과도 같으며, 얼굴을 비추는 햇살과도 같습니다

 
“대통령께,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 삶이란 사랑하는 여인과도 같고, 머릿결을 스치는 바람과도 같으며, 얼굴을 비추는 햇살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삶은 나를 떠나는 여인 같기도 하며, 비오는 날이기도 하고, 당신을 속이는 친구일 때도 있습니다.”

40년 넘게 앓아온 근위축증으로 병상에 누운 이탈리아 남성 피에르지오르지오 웰비(Piergiorgio Welby·60). “내게 남은 건 더 이상 삶이 아니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뿐”이라며 안락사를 허용해 달라고 이탈리아 대통령에게 청원서를 보낸 웰비씨 사연은 지난 수주 동안 가톨릭 국가 이탈리아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가톨릭 전통의 이탈리아는 ‘안락사’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웰비씨의 사연을 놓고 여론의 64%는 “안락사 권리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웰비씨는 10대 때 근위축증을 앓기 시작해 33세부터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살아왔다. 9년 전부터는 더 이상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튜브로 음식을 공급 받고, 인공 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하며, 음성합성장치를 이용해 의사소통했다.

“인공호흡기로 유지하는 생명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지난 9월 웰비씨는 조르지오 나폴리타노(Napolitano) 대통령에게 안락사 청원서를 보냈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즉각 답장을 보냈고, 각계각층에 건전한 논쟁이 불붙기를 촉구했다.

이에 따라 로마 법원이 웰비씨의 청원을 검토했다. 지난 16일 판결이 나왔다. 법의 테두리에서 안락사를 허용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이탈리아 법에 따르면, 원하지 않는 의학적 치료를 거부할 환자의 권리는 인정된다. 하지만 설사 환자의 동의가 있어도 죽음을 돕는 행위는 ‘범죄’로 간주된다. 그러니까 의사가 웰비씨의 인공 호흡기를 제거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허용이 안 되는 것이다.

가톨릭의 총본산 바티칸도 고민에 빠졌다. 생명 존중은 가톨릭 교리의 핵심이다. 하지만 가톨릭에서 생명은 태어나서부터 ‘자연스럽게’ 죽을 때까지 보호될 것을 강조하며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행위에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주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안락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병자들이 존엄하게 죽음을 맞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인이기도, 작가이기도 한 웰비씨는 ‘자연사’를 주장하는 바티칸 입장에 이렇게 되물었다. “배에 구멍을 내고 호스로 단백질과 지방을 공급하는 게 자연적인 건가요? 인위적으로 먹여주고, 숨쉬게 하고, 죽음을 지연시키는 지금의 상태가 자연적인 건가요?”

결국 법원 판결이 있고 나서, 웰비씨는 21일 인공호흡기를 떼는 ‘치료 거부’ 권한을 택했고 곧 숨졌다. AP 통신은 담당 의사인 마리오 리치오(Riccio)가 이날 인공호흡기를 떼냈다고 보도했다. 의사는 이로 인해, 최고 15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의사 리치오는 자신이 택한 조치는 “안락사가 아닌, 치료의 중단”이라며, “치료 거부는 환자의 권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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