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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국가인권위가 만든 노인복지영화 무엇을 담았나 ?

국가인권위원회의 11번째 인권 영화 프로젝트 '하늘의 황금마차'(감독 오멸)는 우리 사회의 노인 문제를 다룬다. 하지만 영화 어디에서도 노인 문제나 그 비슷한 것을 거론하는 것을 볼 수 없다. 오멸 감독은 어떤 장르나 주제를 갖고도 '오멸스럽게' 만들어버리는 재주가 있다. 그가 모든 작품을 제주도에서 찍었고, 그가 속한 문화창작집단 '자파리 연구소'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들이 쓰는 제주도 방언 때문에 한국 영화임에도 한글 자막이 함께 나온다. 이번 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젊음이 하나의 신앙처럼 숭배를 받는 시대에서 노화와 죽음은 핍박의 대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간암 말기에 치매까지 걸린 노인인 큰형님(문석범)은 가장 낮은 사회적 위치에 있다. 그를 돌보는 것은 중년인 셋째 용필(양정원). 알코올 중독자인 용필은 큰형님의 이를 닦아주고 기저귀를 갈아준다. 노름으로 돈을 날린 둘째(김동호)와 밴드 매니저를 하고 싶지만 돈이 없는 막내 뽕똘(이경준)은 큰형님을 찾아온다. 둘째, 셋째와 막내는 큰형님이 남겨줄, 다 쓰러져가는 집 한 채를 갖고 다툰다. 잠시 정신을 차린 큰형님이 "함께 여행을 가는 사람에게 집을 남겨주겠다"고 하자 삼형제는 길을 따라나서고, 여기에는 막내 뽕똘의 밴드 '황금마차'도 동행하게 된다.


4형제의 여행에는 목적지도, 사건도 없다. 형제와 밴드는 끊임없이 투닥거리다가도 음악만 나오면 신명이 난다. 둘째와 셋째, 막내는 큰형님이 죽음에 다가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애정을 확인한다. 이 부분에서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데도 별다른 반감이 들지 않는 것은 죽음과 음악이 주는 마법 같은 힘 덕분이다. 영화 제목은 백설희의 노래 '하늘의 황금마차'에서 따온 것이다. 막내 뽕똘이 매니저를 맡은 밴드 '황금마차'는 8인조 스카 밴드 '킹스턴 루디스카'다. 오멸 감독이 TV 예능 '불후의 명곡'에서 양희은의 노래를 부르는 이들을 보고 배우로 섭외했다. 밴드 멤버들은 영화 속에서 단복(團服)이랍시고 파자마 바지에 흰색 티셔츠를 입고 등에 천사 날개를 달고 다닌다. 마치 죽어서 승천할 때 옆에서 나팔이라도 불어주는 아기 천사들처럼 이들은 손에 트럼펫, 색소폰, 기타 등 악기를 하나씩 쥐고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이 밴드가 공동묘지에서 흘러나오는 이난희의 노래 '바다의 꿈'에 맞춰 악기를 쿵작거리며 노래를 부를 때이다. '여름은 시원해. 사이다를 마시며 춤추자, 해수욕장'이란 내용이다. 선율이 경쾌하고 가사가 재미있어 어깨춤이 절로 나는 노래다.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가 경계를 지우고 함께 어우러지는 한판의 굿에 가깝다.


큰형님은 천사 날개를 단 밴드가 연주하는 '하늘의 황금마차'를 들으면서 축제와 같은 죽음을 맞는다. 태어날 때는 축하를 받지만 죽을 때는 그렇지 않다. 인간이 태어난(生) 이후에 그에게 남은 것은 늙고(老), 병들어(病) 죽는(死) 것밖에 없다. 늙고 죽어서야 비로소 생이 완성된다. 그러니까 죽는 것은 태어나는 것보다 더 크게 축복받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소리 높여 주장하지 않은 이 영화는 이것이 '사람의 권리'라고 받아들이게 해준다. 4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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