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에서 백제시대 금동관과 금동신발, 금제 귀걸이, 둥근고리 큰칼인 환두대도, 화살통을 비롯한 많은 유물이 발견됐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한국문화유산연구원(원장 박상국)은 LH경기지역본부 택지개발지구인 화성시 향남읍 요리 산 13-4번지 일대 향남2지구 동서간선도로(H지점) 예정지에서 확인한 삼국시대 목곽묘(木槨墓·덧널무덤)를 조사한 결과 이들 유물을 수습했다고 26일 밝혔다.
목관 내부에서 수습한 금동관모는 '∩' 모양이며, 그 중앙에 기다란 봉을 리벳으로 연결해 세운 후 그 끝에 수발 장식을 얹었다. 많이 훼손된 편이지만 바깥에서는 삼엽초화문(三葉草花文)이라는 무늬를 뚫어 표현했으며, 테두리인 대륜부(帶輪部) 안쪽에는 자작나무 껍질인 백화수피(白樺樹皮)를 덧댄 것으로 드러났다고 조사단은 덧붙였다. 이러한 금동관모는 공주 수촌리 1호 토광묘와 고흥 길두리 안동고분, 합천 옥전 23호분에서도 확인된 적이 있다. 금동신발은 이날 현재 오른쪽 짝의 측판 일부만 노출된 상태다. 조사단은 "바닥판을 포함한 전체적인 윤곽은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측판은 전체적으로 청동녹이 부착됐지만 연속된 '凸'자 문양을 매우 세밀히 투조(뚫음장식)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금귀걸이 2점은 목관 내부 북서쪽 하단의 무덤 주인공 머리 오른쪽 부근에서 나란히 발견됐다. 원형인 금봉을 구부려 만들었으며, 연접부는 거의 맞닿아 있다. 같은 목관 내부 출토품인 환두대도는 자루 부분에 목질이 남았으며 몸통 끝 부분은 무덤 내부가 함몰할 때 토압으로 휘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조사단은 덧붙였다. 또한 목관은 비록 없어졌지만 내부에서 꺾쇠와 관못이 질서정연하게 확인됨으로써 목관을 제작한 방법과 배치 방식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학술자료들을 확보하게 됐다. 조사단은 "이런 목관 결구(結構) 방식은 공주 수촌리 고분군의 그것과 비교할 수 있다"면서 "목곽 모서리에 철정(鐵鋌)이라고 하는 덩이쇠를 묻는 방식은 오산 수청동 고분군, 서산 기지리·부장리 고분군과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이처럼 목곽묘에서 출토된 금동관모, 금동식리, 환두대도 등의 유물은 4~5세기 지금의 화성 일대가 백제의 지방 주요 거점지역이었음을 알려주는 최고의 위세품(威勢品·권위를 보여주는 기물)에 해당하는 것으로, 경기 지역에서 최초로 출토되었다는 점에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지역에서는 내부조사를 앞둔 분구묘墳丘墓)가 확인됐다. 분구묘란 미리 흙이나 돌로 봉분과 같은 분구를 조성하고 그 위에 매장시설을 만드는 무덤 양식으로, 경기 지역에서는 김포 운양동과 양곡·양촌 유적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