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르면 다음달 중순께 국내외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전망이다. 건보공단은 오는 24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담배소송 준비상황을 정식 안건으로 보고 받고 소송액수를 정할 방침이라고 20일 밝혔다. 건보공단은 이사회가 끝난 직후 내ㆍ외부 법률전문가들로 소송대리인단을 구성키로 했다. 이에 따라 보름가량 공모작업을 한 뒤 이르면 다음 달 중순쯤 소장을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대상은 국내외 담배회사들이다. 실제 어떤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일지는 소송대리인단이 출범하는 대로 자체 법률적 판단을 거쳐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는 KT&G와 필립모리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BAT), JT인터내셔널코리아 등 4개 국내외 담배회사가 활동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흡연과 질병의 인과성을 분석한 빅데이터 연구결과와 국립암센터의 암환자 등록자료, 흡연력 확인이 가능한 한국인 암예방연구자료(KCPS) 등을 연계해 국내 법원에서 흡연과 인과성이 인정된 폐암(소세포암)과 후두암(편평상피세포암) 환자에 초점을 맞춰 진료비 손해 산출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공단은 이들을 대상으로 일단 시범소송을 제기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소송 범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흡연에 따른 말기암 사망자는 한해 5만8000명에 달하며 비흡연자와 비교해 흡연자의 암 발병률은 2.9∼6.5배 높다. 또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10조원, 흡연 관련 35개 질병 진료비는 연간 1조7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건강보험 연간 진료비의 3.7%, 전체 국민의 한 달 보험료에 해당하는 액수다.
건보공단은 승소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 담배제조사에 제기한 소송이 승소한 사례는 전무한 상황이다. 해외에는 승소 사례가 있다. 미국은 1994년부터 미시시피주 법무부 장관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주정부가 지급한 흡연관련 의료비를 변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50개주가 담배회사와 법정 분쟁을 벌인 바 있다. 그 결과 담배회사가 2000억달러 규모의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합의를 끌어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흡연자는 담배 한 갑당 354원의 국민건강증진기금을 내지만, 연간 수천억원의 수익을 내는 담배사업자는 흡연 피해에 대해 부담하지 않고 이익만 챙긴다"며 "사회적 형평성과 정의를 실현하고 흡연관련 질병 치료로 발생하는 보험재정 누수를 차단하기 위해 담배제조 및 판매사들을 상대로 흡연피해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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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 경인지역본부(본부장 조우현)와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회장 장성근)는 20일 건보 경인본부에서 도민의 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금연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은 두 기관이 상호 협력을 통해 흡연으로 인한 도민 의료비를 절감하고자 금연캠페인을 실시하며, 담배소송 관련법 입법 추진 지지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이뤄졌다. 건보 경인본부와 변호사회는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금연운동을 실시하고 정보 공유와 원할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건보 경인본부 관계자는 “금연캠페인 및 담배소송에 대해 법률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상호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해 금연캠페인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