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 일본 아베 리가 안중근의사를 테러리스트로 사형당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는데, 최근 한국일보가 보도한 바에 의하면 일본 도쿄에 있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묘지 안내문에조차 안중근 의사를 '조선의 독립운동가'로 명기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라는 아베 정권의 주장이 현재 일본내의 일반적인 역사인식에 비추어 얼마나 과도하게 군국주의 일본을 정당화하는 것인지 잘 보여준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도쿄 시나가와(品川)구 니시오이(西大井)의 이토 묘지에 서있는 안내문에는 그의 일생을 간략히 설명한 뒤 마지막에 '중국 하얼빈에서 조선의 독립운동가에 저격 당해 69세로 세상을 떠났다'고 적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이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라고 여러 차례 말한 것이나 아베가 안 의사에 대한 일본 정부 공식 견해로 "이토를 살해해 사형판결을 받은 인물"이라고 밝힌 것과 뉘앙스가 한참 다르다.
시나가와 교육위원회가 1996년 세운 이 안내문에 담긴 '저격'이라는 용어도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총을 쏘았다'는 중립적인 표현이다. 안 의사의 행위에 대의명분이 있다는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은 초대 총리인 이토가 하얼빈에서 숨지자 당시 시나가와 일대 1,500평 부지를 도쿄 예산으로 매입해 묘지를 조성했다. 시나가와구는 1978년 묘역을 구 지정사적(19호)으로 정하고 안내문을 설치했다. 묘지를 3대째 관리 중인 모토다 야스코(許田靖子)씨는 "안내문 내용을 지금까지 세 차례 수정했는데 이전까지는 안중근을 '폭도'로 표현했다"며 "일본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서 표기도 변했다"고 말했다.
한편, 2월 14일은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다. 1910년 2월 14일 오전 10시 30분 여순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서 안 의사는 사형을 선고받아 3월 26일 뤼순 감옥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안 의사의 변호를 맡았던 미즈노 변호사는 “안중근은 나라를 구하기 위한 정치적 동기를 가졌고, 개인적 원한을 풀려고 한 게 아니다. 그래서 국사범으로 취급하는 것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일제의 법률이나 한국의 형법이 아닌 국제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는 옥중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항소는 목숨 구걸…딴맘 먹지 말고 죽으라"고 쓴 사실이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