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위한 공동추모위원회가 국내 처음으로 출범한다. '한국피해자지원협회'는 살인 피해 유가족 및 살인미수사건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을 돕기 위해 ‘한국살인피해추모위원회’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서울 부산 대전 등 전국 17개 지역에 위원회를 두고 피해 유가족을 지원할 방침이다. 추모위에는 교수 변호사 의사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심리치료, 법률지원, 생활상담 등을 해준다. 해당 지역 내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지역 추모위가 나서서 지원팀을 꾸려 지원한다. 피해 유가족도 직접 추모위원으로 참여해 비슷한 고통을 당한 이들을 도울 계획이다.
‘한국살인피해자추모관’ 온라인 사이트도 개설한다. 사이트에는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개인관과 합동관, 타살혐의사건이나 장기미제사건 등을 알리는 특별관이 마련된다. 살인죄 양형기준을 강화하는 등 법개정을 위한 서명운동과 유가족 지원을 위한 모금 코너도 마련한다. 협회는 3월 15일 추모위 출범 및 추모관 개관을 알리는 공식 기자회견을 연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살인사건이 1,000여건 내외로 발생하고 있으나,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이들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거나 그 유가족이 받는 상처에 대하여는 지원이 미미하고 국민적 관심도 일시적이다. 심지어 유가족이 보복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 이에 유가족들은 사건이후 처참해진 삶의 변화에 대하여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살인피해자 유가족의 경우 범죄피해자기금법에 의하여 일시적으로 지원을 받고 있으나, 가해자에 대한 국가지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이에 한국피해자지원협회에서는 ‘살인피해자유가족의 보호 및 회복에 관한 법률’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동시에 전개할 예정이다.
한국피해자지원협회 이상욱회장은 ‘가장 흉악한 범죄인 살인사건의 피해자 유가족들이 갖고 있는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것은 이 분들이 자유롭게 분노감정을 표출하고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한국살인피해자추모관>이 그 기능을담당할 것’이라고 하였다. 또 이상욱회장은 “선진국가의 경우 살인피해자를 추모하는 다양한 사이트들이 매우 많은 반면에, 우리나라는 이번이 최초라는 점에서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추모위에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송진현 전 서울행정법원장, 오한진 관동대 의대 교수 등 전문가와 일반 자원봉사자 68명이 참여했다. 추모위는 15일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열어 구체적인 활동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추모위에 참여한 유가족 박 씨는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유가족으로선 정신적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의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데 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먼저 고통을 겪은 만큼 이들이 더 빨리 정상으로 돌아오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공정식 한국범죄심리센터장은 “정부에서 피해 유가족 회복을 위한 심리치료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1인당 2500만 원에 이르는 범죄자 교화비용에 비하면 피해자들에 대한 금전적 지원 역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유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주장을 펼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는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숨진 피해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돕는 공동체가 일반화돼 있다. 199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비영리단체 ‘살인에 반대하는 시민모임’(Citizens Against Homicide)이 대표적이다. 살인으로 가족을 잃은 제인 알렉산더와 얀 밀러 씨가 공동 설립한 이 단체는 현재 미국 전역에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