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 대기업 가족사 연구 뒤 답사… 회사이미지 실추 약점 잡아 협박 ▶태광그룹 창업자인 고 이임용 전 회장의 묘소를 도굴한 뒤 금품을 요구하다 경찰에 붙잡힌 정모(49)씨는 이전에도 두차례에 걸쳐 대기업 조상묘소를 도굴한 전과가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9일 경북 포항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정씨는 1999년 3월 울산 울주군의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부친 묘소를 도굴, 유골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8억원을 요구해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는 사업 실패로 수천만원의 빚을 지게 되자 당시 공범과 시중 서점에 나와 있는 신 회장의 일대기 관련 책을 읽고 신 회장 부친 묘소 위치를 파악, 도굴했다. 대기업의 경우 협박을 받더라도 묘소 관리부실에 따른 이미지 실추 등을 우려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로 인해 5년을 복역하고 2003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출소했으나 생활이 막막해지자 다시 범행 대상을 찾았다. 이번에는 풍수지리 관련 책을 읽고 충남 공주시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조부모 묘소 위치를 확인했다. 이어 2004년 11월 묘소를 도굴한 뒤 역시 같은 방법으로 돈을 요구하다 경찰에 붙잡혀 다시 5년 동안 복역했다. 지난해 11월 출소한 그는 마땅한 일거리를 구하지 못하자 다시 도굴을 계획했다. 그는 국내 30여개 대기업의 가족사를 연구해 사전 답사를 한 뒤 인적이 드문 곳을 물색한 끝에 경북 포항의 이 전 회장의 묘소를 택했다. 그는 지난 26일 이 전 회장 묘소에서 유골을 훔친 뒤 그룹 관계자에게 10억원을 요구하다 경찰에 검거됐다. 정씨는 17세이던 1979년부터 절도와 횡령, 특수강·절도 등으로 10여차례에 걸쳐 교도소를 들락거리다 1999년부터 대기업 조상 묘소 도굴에 나섰다. 한편 경찰은 정씨가 고 이 전 회장의 유골을 둔 위치에 대한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어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다. 경찰은 이 수사과정에서 정씨와 함께 김 회장의 조부모 묘소를 도굴해 수배됐던 김모(46)씨를 붙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