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화)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훼손심한 시신 유달리 신경, 남친도 “대단하다”

▶을지병원 장례지도사 조지현씨, 1천여 주검에 수의 입힌 처녀 
▶“시집도 못간다” 집안 반대 무릅쓰고 직업 선택
▶1000여명이 넘는 시신을 염습한 장례지도사 조지현씨가 해맑은 표정으로 그동안의 뒷얘기를 털어놓고 있다.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도시전설’류의 공포담? 침침한 작업실과 술냄새 풀풀 풍기는 염습사들?

26살 처녀의 몸으로 무려 1000명이 넘는 시신을 염습했다는 조지현씨(을지병원 영안실)를 대면한 순간, 가는 내내 머릿속을 휘젓던 온갖 상상은 여지없이 깨졌다. 무시무시한(?) 경력과는 달리 조씨는 또래들보다도 앳된 외모에 목소리에선 수줍음마저 뚝뚝 묻어나는 평범한 ‘아가씨’에 불과(?)했다.

“고교때 우연히 장례지도학과의 존재를 알았죠. 그때까지 장례식장 한번 가본 적 없었지만 남들 안하는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 힘들게 세상을 사시다가 가시는 분들을 정성스레 배웅하는 일이 괜찮을 것도 같더라고요. 장래를 고민하다 장례일을 하게 된 셈이라고나 할까요.”

장례지도사는 시신에 옷을 입히는 ‘염습’과 ‘입관’ 등의 서비스를 맡는 일. 세상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범접하기엔 아직 쉽지 않은 일이 분명하다. 어린 처녀의 몸으로 무섭지는 않았을까, 일을 시작할 당시 잠은 제대로 잤을까?

“무서운 꿈이요? 그런 것 없어요. 사실 어린 나이에 무섭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렇지만 처음 시신을 대했을 때의 느낌은 겁이 난다기보다는 조심스럽고 실수하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요즘에야 어엿한 직업으로 자리잡았지만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부모님의 반대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특히 할머니는 ‘시집도 못가면 어떡하느냐’며 극구 말리셨다고. “결국 제 고집을 꺾지 못하셨지만 ‘저러다 말겠지 하는 심정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남자친구는 어땠을까? “처음에는 모른 체 하더니 시간이 지나 꼬치꼬치 물어보더라고요. 다 듣고나선 ‘너 정말 대단하다’라고 하던데요.”

1000명이 넘는 시신을 염습하는 동안 온갖 사연이 없을 리 없다. 특히 자동차 사고로 들어오는 시신은 훼손이 심한데 유족들의 슬픔을 줄여 주기 위해 메이크업에 유달리 신경을 쓴다고.

“CSI 같은 드라마에 보면 부검을 하면서 시신과 대화를 하잖아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저도 시신을 보며 그 사람의 생전 모습을 상상하죠. 문신이 있으면 ‘좀 놀았겠구나’, 매니큐어를 하신 노인을 보면 ‘참 깔끔한 삶을 사셨네요’ 같은 식이죠.”

그런 그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시신은 뜻밖에도 한 평범한 노인의 주검이었다. “보기 드문 대가족이었어요. 그런데 아주 어린 손녀부터 모든 가족이 염습을 지켜보며 진정으로 슬퍼하더군요. 요즘엔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거든요. 그 노인분은 정말 후회없는 삶을 사셨겠다 싶었죠.”

앞으로 ‘무료 장례’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조씨, “메이크업을 더 배워 이 분야의 확실한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게 26살 처녀 장례지도사의 꿈이다.


배너

포토뉴스




해외 CEO 칼럼 & 인터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