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화재 숨진 태국인 3명 냉동실 방치 ●DNA검사 등 사체 인도까지 한 달 이상 걸려 ●농사일 돕는 외국인근로자 양성화 방안 필요 코리안 드림을 꿈꾸다 컨테이너 화재로 숨진 태국인 3명(본보 1일자 5면 보도)의 시신이 강원대병원 냉동실에 지키는 이 하나없이 방치돼 있다. 불법 체류 노동자들은 살아서는 물론 죽어서도 `인권"과는 동떨어진채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21세기 한국사회의 현 주소다. 경찰은 주한태국대사관과 출입국 기록 등을 통해 이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지만 유족을 확인해 시신을 인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화재 사고 이후 지난달 30일 새벽 양구군 해안면 만대리 10평짜리 컨테이너에서 전기장판 등을 깔아 놓고 잠을 자던 태국인 3명이 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참혹하게 숨졌다.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탔지만 경찰은 태국대사관과 동료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중이다. 지금까지 확인 결과 우티차이 스타이(45)씨는 2003년 1월 1년짜리 비전문 취업비자로 , 이티폰 치아 차이남(39)씨는 2004년 11월 역시 같은 비자로 입국했다. 2명 모두 체류 기간이 지나 불법 체류상태였다. 오팟 푸안안(43)씨는 현재 어디에도 출입국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경찰은 밀입국 했거나 다른 사람의 여권을 통해 입국한 것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대사관측은 현재 이들의 가족과 접촉 중에 있다. 경찰은 유족의 입안 상피세포를 추출해 항공편으로 보내 줄 것을 요청했고 DNA검사를 통해 신원이 최종 확인되면 사체를 대사관측에 인도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과정을 모두 거치려면 한달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신원이 최종 확인된 후에도 유족들이 한국으로 들어와 직접 장례를 치르지 못할 경우 사체의 냉동 보관 기간은 더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외국인 없으면 농사 못지을 판 사고 이후 양구군 해안면 주민들은 일손이 달려 쩔쩔 매고 있다. 만대리에 있던 30~40명의 태국인 등 동남아계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법 체류 단속을 우려해 산속으로 피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만대리 장성봉(47)이장은 “감자 파종과 못자리 만들기 등으로 일손이 많이 필요한 시기에 사고가 생겨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산속으로 피했던 몇명은 어제부터 다시 내려와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안면은 80여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이 자취를 감춰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자 급한대로 군부대에 40~50명의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장이장은 “지난해에도 불법체류 단속을 나오는 바람에 갑자기 일손이 없어 애를 먹었다”며 “일도 열심히 하고 착한 사람들인데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구를 비롯해 홍천 평창을 중심으로 도내에 1,000명 이상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농사일로 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책은 없나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의장은 3일 강원일보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 사고를 언급하며 “외국인 근로자나 불법 체류자들의 인권 침해 문제 등을 방관할 경우 대한민국은 전 세계로부터 야만적인 사회로 낙인찍히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와 국민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이번 일에 대해 우리 모두 책임감을 갖고 인도적 차원에서 적극 나서 도와야 한다. 나 또한 역할이 있으면 돕겠다”고 밝혔다. 농민들은 “한국사람들은 시골까지 찾아와 고된 농사일은 하려고도 하지 않고 희망자도 70~80대로 너무 고령이어서 고용할 수 가 없다”며 “농사일을 돕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양성화하는 방안이 정부차원에서 모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원일보]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