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감기, 소화불량, 난임, 암, 치매 등 30가지 병에 대한 한방 진료에 표준 진료 지침이 마련되며 건강보험 적용이 추진된다. 이 가운데 관련 임상 연구가 빨리 완료되는 10가지 병에 대해서는 이르면 2019년부터 한방 진료를 받아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2018년부터는 추나(손 자극으로 척추 등을 교정하는 치료)와 한방 물리치료, 운동요법 등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된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회의실에서 한의약육성발전심의위원회(위원장 방문규 복지부 차관)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제3차 한의약 육성 발전 종합 계획(2016~2020년)'을 확정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5년에 걸쳐 감기·소화불량·월경통·불면증·우울증·난임·견비통·안면신경마비·치매·암 등 30가지 질병에 대해 어느 한의원에서나 일관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표준 임상 진료 지침'이 만들어진다. 이를 위해 우선 올해 30억원을 들여 20개 질병부터 진료 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임상 연구에 착수한다.

표준 진료 지침이 완성되면 각 질병에 따라 표준이 되는 진단·치료법이 확립돼 어느 한의사를 만나도 일정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표준화되는 30가지 병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와 함께 2018년부터 추나, 한방 물리치료, 운동요법 등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침·뜸·부항 등 일부 한방 처치 위주로 건강보험이 적용돼 전체 건강보험 진료에서 한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4.17%(2조2724억원)에 불과했다. 이러다 보니 동네 의원을 찾는 환자가 직접 부담하는 비급여는 18.4%인 반면 한의원 환자는 30.7%나 됐다. 달여 먹는 첩약에서 벗어나 가루약, 알약, 빨아먹는 약으로 만드는 한약 현대화도 추진돼 환자들이 간편하게 휴대, 복용할 수 있게 된다. 1987년 이후 지금까지는 56개 처방 가운데 가루약 형태로 가공된 산제만 건강보험을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빨아먹는 약(연조엑스제)이나 알약(정제)으로 개발된 한약에도 건강보험 혜택을 주기로 했다.
당장 올해 7개 한약 신제품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렇게 한약 특유의 냄새와 쓴맛이 줄고 복용이 간편한 제제를 개발해 현재 2800억원에 불과한 국내 한약 시장을 키운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중국은 한약 시장 규모가 21조원, 일본 1조5000원에 이른다. 하지만 한의계는 "환자 개인의 특성에 맞게 처방을 가감한 첩약을 의사나 환자 모두 선호하는데, 첩약엔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아 환자들이 혜택을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공립 병원 내 한방과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도 종합 계획에 포함됐다. 현재 32개 국립 병원 가운데 한방과가 있는 곳은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재활원, 부산대 한방병원 등 세 곳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국립정신병원 중 한 곳에 한방과가 설치될 것"이라며 "수요 조사를 실시해 추가 설치 규모와 시기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한의약의 과학화와 기술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금은 현재 480억원에서 매년 6% 이상 늘려 2020년엔 600억원까지 증액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