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응급의료체계 허점 드러내 ▶서울의 한 대형병원 장례식장에서 문상객이 ‘급성심정지’ 증상을 보이며 쓰러졌으나 이 병원 의료진의 응급처치는 전혀 받지 못한 채 다른 문상객에 의해 목숨을 건지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19일 오후2시쯤 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김모(52)씨는 문상을 마친 뒤 내실에 있던 소파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급성심정지가 의심되는 상황. 급성심정지는 최근 사망한 프로야구 롯데 임수혁 선수의 경우처럼 초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게 되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급성심정지 발생 후 4분이 경과하면 저산소성 뇌손상이 시작되고, 1분이 지날 때마다 생존율은 7~10%씩 낮아진다. 10분 이내에 응급처치를 하지 못하면 소생 확률은 급격히 감소한다. 일분일초가 아쉬운 상황. 때마침 이를 발견한 이모(29)씨는 자신이 직접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의료진을 불렀다. 이씨는 심폐소생술과 함께 1층 로비에 설치돼 있던 자동제세동기를 사용해 김씨를 구해냈다. 하지만 일련의 상황이 종료된 후에도 이 병원의 의료진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김씨가 쓰러진 뒤 25분이 지난 뒤에야 병원 의료진이 아닌 119 구급대가 도착해 응급실로 옮겼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전 직원들에게 내원객이 갑자기 쓰러지는 등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응급상황전담반에 전화로 보고하도록 돼 있다. 이후 방송을 통해 응급의료팀을 호출하고 응급의료팀이 사건 현장으로 올 때까지 직원이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행동지침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아산병원은 응급실과 불과 10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장소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했는데도 의료진을 보내지 않는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장례식장은 병원이 아니어서 내원객 응급상황 발생 시 직원 행동지침을 그쪽까지 적용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즉 아산병원은 장례식장이 병원 내부가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행동지침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아산병원 측은 김씨가 쓰러지고 10분이 지났을 무렵 장례식장 측에서 김씨를 들것에 실어 응급실로 옮기려 했다며 나름대로 응급조치를 취하려 했다고 말했다. [쿠키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