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지정 문화재인 삼국시대 고분을 파헤쳐 토기 등을 훔쳐간 도굴꾼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자 (父子) 도굴꾼도 포함돼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2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박모(54)씨를 구속하고 박씨의 아들(34)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22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수사관들이 증거물로 압수한 가야시대 문화재급 토기를 살펴보며 종류별로 분류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2007년 7월 국가 사적인 경남 함안군 가야읍의 도항리, 말산리 고분군에 매장된 토기 35점을 파내 장물아비에게 점당 30만∼50만원을 받고 팔아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1973년 문화재관리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래 5차례나 처벌받은 ‘전문 도굴꾼’으로, 이 일대 고분군에 관리자와 폐쇄회로(CC) TV가 없는 점을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자기 아들과 후배를 데리고 비 오는 날이나 안개 낀 날 밤 등 인적이 드문 시간을 골라 도굴용 탐침봉으로 유물을 찾아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직접 만든 탐침봉은 연결하면 7m까지 늘어나는데, 봉으로 봉분을 찌른 뒤 토기가 있으면 파내 비닐 봉투에 담아 옮겼다”고 말했다. 박씨 등이 도굴한 함안 고분군은 5, 6세기 아라가야 시대의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 중 하나로 꼽히며, 63년 국가사적으로 지정됐다. 이들이 고분 두 곳에서 파내 유통한 토기는 목이 짧은 ‘단경호’와 굽이 달린 잔인 ‘고배’ 등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나선화 서울시 문화재위원은 “함안 고분 문화재는 낙동강 서쪽 유역의 가야시대 생활을 잘 나타내줘 역사적 가치가 높다”며 “파손되지 않은 일부 작품은 지금도 박물관에 상설 전시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고분군은 반지하식 돌방을 가진 ‘구덩식 돌방무덤’으로, 도굴에 취약한 구조라서 일제시대에도 일본인들이 자주 도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다행히 훔친 토기가 팔리지 않고 장물아비가 운영하는 골동품 가게 등에 모두 있어서 회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