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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장례문화

바다밑까지 탐색해 65년된 시신 찾아 추모

 
- 65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로버트 스틴슨 미 공군 병장의 유해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온타리오 국제공항에 도착해 공군의 호위 속에 운구되고 있다. [온타리오 AP=연합뉴스]
▶“마지막 한 사람까지 … ” ▶태평양전쟁 때 추락 사망한 미군 병사 바다 밑 뒤져 65년 만에 가족 품으로
3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 국립묘지에서 65년간 차디찬 바닷속에 잠겨 있던 한 병사의 장례식이 거행됐다. 비운의 주인공은 1944년, 24세의 나이에 산화한 로버트 스틴슨(사진) 공군 병장. 20년간 아들의 유해조차 찾지 못해 애태우다 세상을 등진 스틴슨의 어머니도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게 됐다.

 
30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스틴슨은 고교 졸업 후인 41년 진주만 공습이 터지자 군에 입대했다. 그에겐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에서 자신이 몸 성히 돌아오길 빌고 있는 어머니와 5명의 형제가 있었다. 스틴슨은 44년 9월 1일 10명의 동료와 함께 B-24J 폭격기에 몸을 실었다. 일본군 시설을 폭격하라는 임무를 받고 태평양 상공으로 출격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스틴슨의 어머니 벨라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어야 했다. 스틴슨이 탄 폭격기가 실종됐다는 통보였다. 믿을 수 없었던 어머니는 아들이 살아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했다. 2년 후 정부는 스틴슨의 폭격기가 일본군에 격추됐고 그는 이때 사망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유족들은 스틴슨의 유해는커녕 그가 사망했다는 어떤 증거도 정부로부터 받지 못했다.

이때부터 벨라는 한 달에 두 번씩 꼬박 정부에 편지를 보냈다. “아들이 죽었다면 유해라도 찾아 달라”는 탄원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답장은 매번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들의 뼛조각이라도 보기를 소망했던 어머니는 64년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30년이 지난 94년, 15명의 스쿠버다이버가 태평양 팔라우 제도 부근에서 해저 수색을 시작했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추락한 200여 기의 미군 전투기 잔해를 찾아 나선 민간단체 ‘벤트프롭(BentProp)’의 회원이었다. 현지 조사 끝에 승무원 11명 중 8명은 비행기와 함께 추락했고 3명은 낙하산으로 탈출했지만 일본군에 잡혀 처형됐다는 현지 주민의 증언을 들었다. 하지만 6년간의 수색에도 승무원의 유해와 비행기 잔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2000년 벤트프롭은 미 국립문서보관소에서 한 장의 흑백사진을 발견했다. 스틴슨의 폭격기가 추락하기 직전 옆에서 날던 공군기 승무원이 찍은 것이었다. 정밀 분석 결과 추락 지점은 수색하던 곳에서 14㎞ 정도 떨어져 있었다. “15년 전 고기잡이를 하다가 그곳에서 비행기 잔해를 본 적이 있다”는 현지 어부의 증언도 나왔다. 미군이 직접 수색한 결과 비행기 잔해와 함께 녹슨 안경테, 낙하산 줄, 신발끈, 동전, 인식표 등이 발견됐다. 뼛조각들도 찾을 수 있었다. 이를 형제들의 DNA와 비교한 결과 스틴슨의 것으로 확인됐다. 폭격기와 함께 추락한 8명 중 5명의 유해가 확인됐다.

스틴슨의 유해는 성조기에 싸여 28일 미국 온타리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2명의 형제만이 생존해 65년 만에 돌아온 그를 맞았다. 동생 리처드(87)는 “밥(스틴슨의 애칭)과 장난치다가 함께 어머니에게 꾸지람 듣던 때가 떠오른다.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얼마나 기뻐했을까”라며 눈물을 흘렸다. 스틴슨이 전사할 당시 아홉 살이던 동생 에드워드(74)는 “형이 돌아오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라며 흥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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