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지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26일, 저격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한 그림엽서가 춘천에서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등공 하얼빈 역에서 횡사(橫死) 명치 42년(1909년) 12월 26일. 27번째.’ 박민일 전 강원대 교수가 지난 24일 본지를 통해 공개한 그림엽서 앞면에 적힌 내용이다. 뒷면은 세계우체국연합(UNION POSTALE UNIVERSELLE). 엽서(CARTE POSTALE)란 프랑스어 표기가 선명하다. 이번에 발견된 그림엽서는 2004년쯤 경매를 통해 입수한 미사용 엽서로 당시 상황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어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게 박 전 교수의 설명이다. 일본에서 제작된 이 엽서에 적힌 날짜가 안중근 의사 의거일인 ‘10월’과 달리 ‘12월’로 표기돼 있고 안 의사가 묘사되어 있지 않지만 최근까지 공개되거나 발굴된 동영상이나 사진이 현존하지 않는 상황에서 당시 급박했던 상황 재현만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는 것. 박 전 교수는 “이 엽서는 퇴색도 등을 종합한 결과 1910년 전후에 발행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의거 당일 날짜 표기는 교정 오류 등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림엽서의 장면이나 단어 선택 등을 미뤄 이토 히로부미를 순국자로 미화하고 안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격하시키고 있는 의도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교수가 찾아낸 엽서에는 암살을 횡사(橫死)로 표기하고 있어 최근 발굴된 역 전경만을 담고 있는 엽서의 ‘조난(遭難)’과 같이 추모의 뜻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안중근 의사가 암살한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기 위해 당시 일본에서 발행한 엽서에는 하얼빈 역 구내 전경만을 담고 있을 뿐 베일에 가려 있는 저격 장면은 현재까지 공개된 적이 없다. 박민일 교수는 “총탄을 맞고 쓰러진 이토의 비장한 모습. 바닥에 떨어진 실크해트. 서양인(러시아)과 수행원의 부축 장면 등으로 미뤄 당시 목격자의 진술이나 촬영된 사진·동영상을 토대로 제작된 것일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