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존엄사" 허용 판결에 따라 의료계가 시행 지침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렇지만 실정법에 존엄사를 규정하는 등 존엄사의 제도화 작업은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만큼 숱한 논의를 거쳐야 할 전망이다. 의료계에서는 서울대병원이 "말기 암환자의 심폐소생술 및 연명치료 여부에 대한 사전의료지시서"를 최근 통과시킴으로써 존엄사 논란에 대한 총대를 가장 먼저 멨다. 이 병원은 말기 암환자가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 투석 등 세 가지 연명치료 항목에 대해 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21일 현재 2명의 암 환자가 이 서류에 서명한 상태다. 병원 측은 우선 말기 암환자에 대해서만 이를 적용하고 점차 다른 중증 질환으로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지만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병원 허대석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대법원 판결로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사전의료지시서를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게까지 확대할지는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현 시점에서 식물인간 환자에 대한 존엄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회에서는 2006년 당시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불합리한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무산됐고 지난 2월엔 같은 당 신상진 의원이 존엄사 법안을 발의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판례는 판례이고 입법화에 있어선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며 "아직 부처 안에서 검토가 안 돼 있고 신상진 의원 안도 이미 나와 있으나 수정할 게 많아서 필요하다면 정부 입법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
------------------------------------------------- . ▶대법 ‘존엄사’ 관련 최종 판결 ▶“사망단계 환자 의사 추정해 치료중단 가능”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의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호흡기를 제거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 나와 `존엄사"가 합법화될 길이 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며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모(77ㆍ여)씨 가족이 세브란스 병원 운영자인 연세대학교를 상대로 낸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 등 청구소송"에서 인공호흡기 제거를 명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연명치료 중단은 신중히 판단해야 하나 환자의 상태에 비춰볼 때 짧은 기간에 사망에 이를 것이 명백할 때는 사망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치료를 계속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어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해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작년 2월 폐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직검사를 받다 과다 출혈에 따른 뇌손상으로 뇌사에 가까운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으며, 김씨의 자녀들은 기계장치로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것이 평소 어머니의 뜻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11월 서울서부지법은 김씨의 청구를 사상 처음 받아들였고, 이어 올해 2월 서울고법도 마찬가지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했다. 1ㆍ2심 재판부는 "김씨가 남편의 임종 때 생명을 며칠 연장할 수 있는 수술을 거부했고, 평소 연명치료를 거부할 뜻을 밝혔기 때문에 현재도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려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