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공개변론, 환자 ‘추정적 의사’ 인정여부 관건 ▶대법관들 법리 판단에 고심 …이달 21일 최종 판결 ▶대법원은 과연 존엄사를 인정할까 거부할까. 환자 김모(77·여)씨가 연세대의료원을 상대로 낸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존엄사) 소송의 상고심 판결이 이달 21일로 결정된 가운데 대법원은 지난 4월 30일 오후 2시 ‘대법원 전원 합의체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용훈 대법원장을 비롯해 13명의 대법관이 자리한 이날 공개변론에선 존엄사 소송의 피고측(연세의료원)과 원고측(환자 김모씨) 변호인이 상고이유와 상고답변을 각각 밝히며 공방을 벌였다. 13명의 대법관들은 3시간에 걸쳐 원고측과 피고측의 주장을 듣고 질문도 던지며 아직 입법화 되지 않은 존엄사 여부를 법리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변론장에선 원고측 변호인인 신현호·백경희 변호사, 피고측 변호인인 박형욱·이동수 변호사가 각각 변론에 나섰다. 또 참고인 자격으로 원고측은 경기대 법대 석희태 교수와 서울대 의대 내과 허대석 교수가, 피고측은 단국대 법대 이석배 교수와 연세대 의대 마취통증의학과 고신옥 교수가 참석해 의견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 변호인은 원고인 환자 김모씨의 호흡기를 떼라고 판결하며 존엄사를 인정한 원심(2심) 이후 환자의 추정적 의사 인정 여부, 환자의 비가역적 사망 진입 여부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고측 변호인인 박형욱 변호사는 “연세의료원이 존엄사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법원이 존엄사에 대한 일반적 혹은 객관적인 기준을 세워 의료현장의 혼란을 줄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현재 환자 김모씨는 비가역적 사망과정에 이르지 않았고 환자의 추정적 의사는 구체적이고 명백한 환자의 의사가 아니다”며 “대법원이 비가역적 사망과정에 진입한 기준을 제시해주고 환자의 치료 중단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기 힘들 경우 주치의와 병원윤리위원회, 보호자가 치료 중단 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달라”고 언급했다. 원고측 변호인인 백경희 변호사는 “피고측이 환자의 비가역적 사망 과정 진입 여부를 임의적으로 구분하고 있다”면서 “환자가 14개월을 넘게 중환자실에 있어 회복 가능성 없는 것으로 판단되며 이같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살아있는 무덤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는 또 “존엄사에 대한 환자 김모씨의 추정적 의사는 종교적 신념, 평소 의견 등을 토대로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의 추정적 의사 인정여부가 법원판결의 관건 법리해석에 무게를 두고 판결을 내리는 대법원은 환자가 의사표현을 할 수 없을 경우 가족 등 근친 관계자들로부터 전해진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바탕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근거에 무게를 두고 있어, 환자의 추정적 의사 인정 여부가 향후 대법원 판결의 뇌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훈 대법관은 “이번 사건의 경우 어떻게 하라고 하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원고측에 “원고는 (환자 김모씨를 대신해)특별 대리인 청구를 한다는 것인데, 특별 대리인이 치료 중단 요청을 하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또 다른 대법관은 환자 본인과 가족 간 의사가 상충될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항상 가족이 환자의 무리 없는 의사 전달자라고 볼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원고측 변호인인 신현호 변호사는 “환자 가족은 가족법상에서 특별대리인의 자격을 행사할 수 있다”며 “하지만 법원에서 추정적 의사를 인정하지 않으면 환자의 치료를 계속 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혀 환자의 추정적 의사가 이번 판결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반면 이날 참석한 대법관 중 한명은 “의사가 환자의 치료 중단을 거부하는 근거는 무엇이며 일반적으로 환자가 병원에 가면 치료법 결정은 의사의 권한에 결정되는데 생명유지장치 제거는 의사의 권한이 아니라고 판단하느냐”고 피고측에 물었다. 피고측 박형욱 변호사는 “환자가 치료 중단을 요청할 때 의학적인 치료 유지가 무의미하지 않다는 사례가 많다”며 “치료 중단 거부는 생명 존중에 무게를 두고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의 직업·윤리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환자의 상태가 비가역적 사망과정에 진입했는지 여부도 관건인 가운데 피고측 참고인으로 나선 연세대 의대 마취통증의학과 고신정 교수는 환자가 사망과정에 이르지 않았고 뇌사도 아니면 기대여명이 있다고 주장했다. 교수에 따르면 환자는 4월 23일 현재 반혼수상태로 자발 호흡이 미약해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고 있지만 통증반응이 있고 기침반사를 보인다. 양쪽 동공의 크기는 같지만 빛반응은 없는 상태다. ▶의학계·법조계 등 참고인도 찬반 주장 팽팽히 맞서 이날 공개변론에선 원고측과 피고측 참고인들의 주장도 팽팽히 맞섰다. 단국대 법대 이석배 교수는 “원고인 환자는 1년 이상 생존해 있어 비가역적 죽음에 이른 것이 아니고 추정적 의사는 명시적 의사가 아니고 누구나 표현할 수 있는 의사”라며 “특히 우리나라처럼 가족의 의사가 중요시 되는 나라에선 추정적 의사를 받아들이기엔 위험성이 높다. 결국 법원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주치의 및 병원윤리위원회의 결정과 보호자 동의하에 치료 중단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마취통증의학과 고신옥 교수는 “병원이 원심의 판결에 불복하고 호흡기를 안 뗀 것은 의사의 직업윤리, 환자 생명 중시, 환자의 인공호흡기 제거 의사 불확실, 환자가 사전에 대리인을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에 대한 대법원의 가이드라인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고측 참고인들은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인정해야하며 이미 비가역적 사망과정에 진입했기 때문에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경기대 법대 석희태 교수는 일본, 프랑스, 태국 등 가족에 의한 환자의 추정적 의사 인정 판례를 들며 “추정적 의사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볼 수 없으며 환자의 사전의사결정서가 있다고 해도 이 내용이 불변한다는 것도 보증할 수 없다”면서 “의사가 생명의 상식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직업·윤리의식으로 연명치료를 이어가는 것은 집요한 의료이고, 환자의 명백한 의사가 아니라고 해서 의사의 판단에 따라 치료 중단을 정하는 것은 행복추구권을 해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의대 허대석 교수는 “원고 김모씨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연세의료원은 5~8%로 본 반면 서울대병원과 아산병원은 전무 또는 거의 전무하다고 결론지었다”며 “그럼 이 경우 누구의 결정에 귀착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결국 고통 받는 기간의 연장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대법원 이용훈 대법원장은 오는 21일 최종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밝히며 3시간에 걸친 공개변론을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