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 묘 2번이나 옮겼는데 또 옮기라니" ▶부평묘지에 2700기… 생태공원 조성 관련 64기 이전 통보 ▶"인천시가 전용 묘지 만들어 주겠다지만 믿을 수 있을지" ▶인천가족공원(옛 부평공원묘지)에 있는 중국인 묘지의 이전 문제로 화교 사회가 인천시와 갈등을 겪고 있다. 시가 추진 중인 인천가족공원의 생태공원 조성사업에 따라 묘의 일부를 이전하라는 통보을 받은 화교들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 전용 묘지는 어떤 곳인가 인천가족공원 안 8만4000여㎡에 자리잡은 중국인 전용 묘지에는 2700여기(基)의 묘가 있다. 개항기 이후 인천에서 살던 화교들의 집단 묘지로 원래는 현 인천대학교 일대에 있었다. 그러다 1960년대 인천대학교 등 선인학원 건설이 시작되면서 남동구 만수동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만수동에도 개발사업이 벌어지며 1985년 다시 지금의 장소로 옮겨온 것이다. 이곳에는 현재 인천에 사는 3700여 명의 화교뿐 아니라 서울 등지로 이사를 간 화교들도 많이 성묘를 온다고 한다. 인천시는 인천가족공원을 2021년까지 3단계에 걸쳐 수목장(樹木葬)과 생태공원을 갖춘 시민 휴식공간으로 바꿀 계획이다. 1단계로 내년까지 2.6㎞의 생태형 개천과 휴게소 등을 만들게 된다. 그런데 생태형 개천 조성 사업 지구에 중국인 묘 64기가 포함돼 있어 인천시가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시는 해당 묘 연고자들에게 이달 말까지 옮길 것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연고자가 없는 묘로 간주해 무덤을 없애고, 유골은 화장 처리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화교들은 전용 납골당 요구 화교들은 조상의 묘를 여러 번씩 옮겨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결국에는 중국인 묘지 전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 이들은 다른 곳에 전용 묘지를 만들자니 그럴 만한 땅도 마땅치 않고 돈도 많이 든다며, 인천시가 적당한 땅을 주거나 가족공원 안에 5000~1만위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전용 납골당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인천가족공원 납골당은 인천시 규정상 화교가 사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중국은 납골당에서 향을 피우고 종이를 태우는 등 분향 문화가 한국과 달라 전용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화교들은 지난달 29일 중국인 묘지 앞에서 이런 내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인천화교협회 곡창신(曲昌信) 부회장은 "인천에서 태어나 50여년을 살면서 2번이나 조상의 묘를 이전했는데 또 이전을 요구받고 있다"며 "만약 일본에서 한국 교포들에게 이렇게 했다면 가만 있었겠느냐"고 되물었다. ◆시 "3단계 때 전용 공간 만들 것" 시는 이번에 옮기라고 한 64기는 화교들이 사용할 수 없는 가족공원 안 납골당에 임시로 안치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입장이다. 나머지 묘들은 대부분 3단계(2016~2021년) 사업 지구에 있는 만큼 2단계 사업 때 짓는 6만위 규모의 납골당에 모두 옮기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납골당에 화교 전용 공간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화교들은 담당자가 바뀌고, 시간이 지나면 인천시의 이런 방침이 바뀔지 모른다며 불안해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