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관 체험ㆍ죽음명상 통해 충동적 행동 이기는 자제력 길러 ▶이은주, 안재환, 최진실…. 인기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이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로 모방 자살도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50대 가장이 “최진실의 영원한 팬이다. 뒤따라간다”는 메모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은 반사회적 행위다. ‘웰빙(well-being.잘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건강한 정신을 만들어 품위 있는 죽음을 맞는 ‘웰다잉(well-dying.품위 있는 죽음)’은 더욱 중요하다. “고통을 잊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다고 하지만 그건 육신의 죽음에 불과하잖아요. 영혼까지 잘 마무리하는 것이 진정한 죽음이란 것을 깨달았어요.” 김영자(여.60) 씨는 지난 9월 끝난 ‘웰다잉’ 교육 과정이 삶의 새로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육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웰빙’이라면, 건강한 정신을 만들어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웰다잉’이라고 설명하는 김씨. 유명 연예인의 잇따른 자살로 사회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삶의 고통을 진정으로 극복하는 방법은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그러기 위해 조금씩 삶의 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웰다잉’운동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 6월 조계종사회복지재단(대표이사 지관 스님)이 실시한 ‘웰다잉 교육강사 양성 과정’에 참가했다. 김씨는 “실제로 관에 들어가 보는 ‘입관 체험’도 하고 조용히 죽음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죽음 명상’도 경험해봤다”며 “3개월 동안 교육을 마치니 아무렇지 않게 사는 오늘이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원하던 눈부신 내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씨는 현재 종합노인복지관에서 생활관리사로 활동 중이다. 독거노인 30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홀로 외로운 삶을 보내고 있는 타인에게도 삶의 가치와 진정한 죽음의 의미를 전해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누구나 인생에서 충동적으로 죽음을 원하는 순간이 있는 것”이라며 “웰다잉 교육은 그런 충동적인 순간에서 스스로를 자제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교육”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9월, 2기 교육 과정까지 마친 ‘웰다잉 교육강사 양성 과정’은 종교학과 교수, 의사, 변호사, 장례문화 교수 등 관련 전문가 10명이 모여 죽음의 의미와 바람직한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 등을 강의하는 과정이다. 죽음의 종교적 의미, 존엄사, 장기 기증, 유산의 사회 환원, 장례문화, 자살 예방 대책 등을 주제로 토론과 실습.특강이 이뤄진다. 이용권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사무국장은 “지난 2기 과정에서도 교수, 초등학교 교사, 생활복지사, 어린이집 원장 등 다양한 직업의 수강생이 참가했다”며 “이미 3기 과정 신청이 밀려 있는 등 반응이 상당히 좋다”고 밝혔다. 이 사무국장은 “세상이 발전하면서 물질적으론 풍족해지고 있지만 삶의 질은 여전히 허약하다”며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자살 역시 한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에 만연된 물질중심적.개인주의적 가치관이 본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웰다잉’교육을 통해 자살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웰다잉 운동’을 주장하는 움직임은 한 대학교수의 활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은영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9월 5일 ‘웰다잉 운동본부’를 결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 소수 인원을 중심으로 명상.다도 등을 진행함과 동시에 간병인, 노인 후견인 등을 경험하는 대외활동도 병행하고 있다”며 “오는 11월부터는 대대적인 홍보를 펼쳐 더 많은 인원과 함께 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가 웰다잉운동본부를 결성한 까닭은 ‘품위 있는 죽음 맞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 그는 “최근 연이어 들리는 유명인들의 자살 소식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인터넷 악플도 자살로 이어진 한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원인은 상호경쟁과 비방이 팽배한 사회 풍조”라고 지적했다. 육체의 죽음이 아닌 영혼의 죽음이 진정한 죽음이라고 말하는 그는 삶을 좀 더 간소하고 청결하게 정리하는 것이 영혼과 육체가 모두 깨끗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웰다잉’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유명 연예인의 자살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베르테르 효과’가 사회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그는 “이런 시기에는 ‘안티(anti) 자살운동’이 시급하며 그 대안으로 ‘웰다잉’ 교육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