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무분별하게 방치되어 재개발이나 건축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해 오던 무연고 묘지의 합리적인 관리 처리에 좋은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도시개발을 위한 유.무연고 묘지의 처리에는 신문을 통한 무연분묘개장공고와 이에 따른 보상 혹은 화장처리로 10년간 보관해 오던 일률적인 방법이 통용되고 있었다. 서초구가 시도한 장묘도우미 제도는 유무연고 묘지의 상세한 조사와 연고자와의 연결로 고인에 대한 예우에도 맞고 죽은자와 산자의 연결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조상공경의 의미도 함께 찾을 수가 있다. 2년저 서초구청이 이에 착안하여 노인일자리 창출과 연결하여 "장묘도우미" 제도를 채택한 바 있는데 그것이 의외로 좋은 정책으로 열매를 맺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당시 조사에 의하면 서초구 관내에는 약 3,000여기의 묘지가 있으나, 대부분 연고자가 파악되지 않는 무연고 묘지로 방치되어있다는 점에 착안, 정확한 묘적부 기초자료를 작성을 위한 "장묘조사도우미"로 노인일자리 50명을 확보하ㅕ 일석2조의 효과를 동시에 거두고 있다. 서초구관계자는 "최근 평균수명의 연장과 함께 고령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구할수 없는게 현실이라며 노인들의 경륜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노인일자리사업을 꾸준이 전개할 계획이다."고 밝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9월18일자 조선일보는 "장묘도우미"에 대한 자세한 기사를 실었다. 본지는 이런 제도가 우리 장묘정책 현실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관심을 가지고자 한다. |
서울 서초구 염곡동 산44-3번지. 주변은 온통 푸른 숲이 우거진 야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서울이라는 게 좀처럼 실감나지 않는 곳이다. 늦더위가 가시지 않은 17일 오전 10시, "서초구 장묘조사 도우미" 어르신들이 이 산길로 접어들었다. 일흔 살 동갑인 김준섭·오기근씨와 박문수(68)·황병호(63)씨 등 네 명의 뒤를 따라 산길을 조금 오르자마자 건물 3층 높이의 야트막한 산자락을 따라 층층마다 둥근 봉분들이 서 있는 풍경이 눈앞에 들어왔다. 비석이나 석인상 같은 것은 없지만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 한 눈에 봐도 한 집안 사람들이 잠든 무덤이란 느낌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봉분만 9개. 하지만 어르신들이 헤아린 이곳 무덤 수는 25개였다. 장묘조사 도우미들은 펑퍼짐해져 알아볼 수 없는 무덤들까지 콕콕 집어냈다. 이들은 서울 서초구가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의 하나로 지역 어르신 6명으로 지난 4월 꾸린 "장묘조사 도우미". 서초구 남쪽에 집중된 산 지역을 헤집고 다니며, 연고가 없어 버려졌거나 후손이 돌보더라도 신고가 미처 되지 않은 무덤들을 찾아 현황을 파악하는 게 이들의 임무다. 두 팀으로 조를 짜 하루에 8시간씩 한 달에 6일을 일하고 구청에서 받는 돈은 20만원이다. 이날 들른 염곡동 무덤들은 모양새로 보아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연고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구청에 신고는 되지 않은 곳이다. "장묘조사 도우미"들은 가장 위에 있는 큰 봉분으로 올라가 줄자를 벌려가며 무덤 둘레를 재고,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고, 기록지 빈칸을 채워갔다. 마지막 절차로 연고자에게 연락을 부탁하는 팻말을 꽂은 박문수씨는 "그래도 여기는 누군가 손을 보고 있어 다행이지, 벌초 안 한 곳이라도 가게 되면 고생 꽤나 한다"고 말했다. 장묘조사 도우미 활동 6개월째, 어르신들은 이제 서초구 장묘 현황에 대해서라면 전문가 못지않은 입담을 자랑한다. 오기근씨는 "우리 구에만 신고가 안 됐거나 연고가 없는 무덤이 1000여 개에 이른다"며 "무덤이 있는 땅이 개발될 때 절차에 따라 공고까지 냈는데 무덤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끝내 파헤쳐져 화장 처리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혹여 무덤 연고자를 자처한 후손들이 뒤늦게 나타났을 경우 이미 조상의 무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을 깨닫는 한스러운 상황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장묘조사 도우미 어르신들은 "이 세상 후손과 저 세상 조상의 연이 끊어지지 않는 역할을 한다"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어르신들이 오르기에 산세가 험한 곳도 더러 있거니와, 수풀이 우거진 곳을 다니다가 벌레에 물리거나 나뭇가지에 긁히는 일도 다반사니, 다른 노인 일자리에 비해 노동강도가 높아 보인다. 그래도 "막내" 황병호씨는 "나이가 들어서도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만족스럽고, 체력관리 효과도 덤으로 얻는다"면서 껄껄 웃었다. 김준섭씨는 "무덤이라도 다 같은 게 아니라 저마다 내력과 역사가 있더라"며 "지금껏 활동한 내용들을 기록해 책으로 저술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초구도 장묘조사 도우미의 활동을 반기고 있다. 지역 어르신의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일선 공무원들을 굳이 동원하지 않고 번거로운 일을 해결하는 일석이조 효과 때문이다. 임동산 서초구 사회복지과장은 "무덤이 있을 만한 산세를 찾아내고 봉분이 낮아지거나 잡풀이 우거져 있는 "숨은 무덤"을 찾아내는 눈썰미나 비석에 새겨진 한자 해독 등, 장묘 업무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어르신들을 도저히 따라올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1000여 개 관내 무연고·미등록 무덤 중 210곳에 장묘조사 도우미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닿았다. 이 무덤들은 연고자를 찾는 팻말이 곁에 세워지고, 구청 데이터베이스에도 입력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되며, 무연고 무덤의 경우 후손을 찾을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높이게 된다. 박성중 서초구청장은 "내년 장묘 도우미 수를 현재의 2배로 늘리는 등 인원을 점차 늘리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