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7일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화장장) 부지에 대한 토지측량을 강행하기로 하자 서초구와 지역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6일 서울시와 서초구에 따르면 시는 7일 오전 경찰의 도움을 받아 원지동 추모공원 부지 17만3천973㎡에 대한 측량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이번 측량은 현재 도시계획시설상 화장장과 묘지공원으로 돼 있는 부지의 일부 용도를 종합병원 등을 설치할 수 있는 종합의료시설로 바꾸고 토지보상금을 산정하기 위한 준비단계라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앞서 7월29일부터 8월1일까지 4일 동안 추모공원 부지의 측량을 시도했으나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며 현장 접근을 막아 실패했다. 시 관계자는 "지역주민을 설득하겠지만 계속해서 부지 측량을 미룰 수만은 없다"며 지역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측량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는 이달 안으로 측량을 마무리하고 도시계획시설 변경절차와 토지보상 등을 거쳐 내년 7,8월께 추모공원 조성 공사에 들어가 2012년까지 원지동 추모공원 부지 지하에 화장로 11기를 갖춘 화장시설을, 지상에는 종합의료시설과 공원을 건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서초구와 원지동 지역 주민들은 이런 서울시의 입장에 강하게 반발해 물리적 충돌마저 우려된다. 박성중 서초구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시가 사전 합의도 없이 화장장을 건립하기 위해 측량을 실시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서울시는 기피시설인 화장장을 서울 권역별로 분산해 배치하고 서초구에 설치되는 화장로 규모는 서울 동남권 화장 수요를 감안해 서울시의 안처럼 11기가 아니라 5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장장 설치에 반대하는 지역주민 단체인 "청계산 수호 시민연합"의 장윤창 부위원장은 "서울시가 측량을 강행하면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8년째 답보 상태에 있던 서울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 건립 사업이 가속도를 내게 됐다. 서울시가 추모공원 건립 조건으로 내세웠던 종합병원 설립을 국토해양부가 허용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그동안 이 지역이 그린벨트라는 이유로 병원 건립을 반대해 왔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과 서초구는 추모공원 건립에 계속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원지동 76번지 추모공원 부지 17만3973㎡ 중 40%의 토지 용도를 바꿔 종합의료시설을 짓고, 나머지에는 추모공원을 짓기로 국토해양부와 합의를 봤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시는 다음달 초 이 일대 부지 측량 및 토지 보상에 착수해 2012년까지 추모공원을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화장시설은 지하에 설치하고 그 위에 숲을 조성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올해 사업 예산으로 400억원을 배정해 놓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입장이 바뀜에 따라 서울시로서는 추모공원 사업의 장벽 중 하나가 해소된 셈이다. ◈ 사업 진행 경과 서울시가 원지동 추모공원 구상을 처음 발표한 것은 고건 전 총리가 서울시장을 맡던 2001년. 경부고속도로에 인접해 있는 그린벨트 지역인 원지동에 화장로 21기를 짓는다는 내용이었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해줬으나 주민과 서초구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인 2003년 절충안을 내놓았다. 화장로를 11기로 줄이고, 추모공원 안에 국립의료원 같은 종합의료시설을 유치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추모공원 반대 소송을 내면서 논의는 중단됐다. 지난해 4월 서울시가 대법원에서 승소하면서 추모공원 사업에 다시 시동이 걸리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토지 용도 변경권을 갖고 있는 건교부(현재의 국토해양부)가 서울시의 제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건교부는 “병원 건립은 그린벨트를 풀어준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수도권 팽창에 반대하던 노무현 정부의 정책 기조도 한몫했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국토해양부의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서울시의 발표와 관련, 서초구청은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화장로를 5기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전체가 아니라 서초·강남·송파·강동구의 화장 수요만 감당하겠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여전히 화장장 건립에 반대하고 있다. 추모공원 반대 시민 모임인 ‘청계산수호시민연합’의 배기봉(71) 회장은 “병원 설립 허용에 관계없이 계속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원활한 진행 아직도 불투명 서울시는 당장 다음 달 초부터 도시관리계획 변경 입안을 위한 부지측량을 시작으로 추모공원 부지에 대한 토지보상과 화장시설 설계 등 추모공원 조성사업에 착수해 2012년에 완공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서울시가 추모공원에 유치를 희망하는 국립의료원은 충남 연기.공주 행정도시로 옮기기로 이미 결정돼 있어 이를 되돌려야 하는 데다 화장장 건립에 대해 부정적인 서초구와 지역 주민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어 사업 추진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 추모공원에 병원 건립 = 서울시는 2001년 추모공원 부지를 원지동으로 정한 뒤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 등으로 사업에 착수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이 원지동 추모공원 설립 저지를 위해 주민들이 낸 소송에서 서울시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추모공원 건립의 기반이 마련됐다. 하지만 건설교통부가 2005년 1월 화장장 용도로 그린벨트를 해제한 추모공원 부지에 해제목적과 다르게 의료원을 건립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개발제한구역법 개정안을 공포하는 등 의료단지 건립에 반대하면서 또 한 번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이는 시가 2003년 10월 서초구 및 지역 주민과 화장로 11기로 축소, 국립의료원 유치, 부속시설로 장례장 설치 등을 내용으로 하는 방안에 합의해 의료시설 건립 없이 화장장만 건설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국토해양부가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한 추모공원 부지 17만3천973㎡ 중 40%(6만9천575㎡)에 종합의료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시는 다시 추모공원 조성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 국립의료원 이전 가능할까? = 서울시는 추모공원 내 종합의료시설 건립이 허용됨에 따라 이곳에 국립의료원을 이전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하기로 하고 보건복지가족부, 국립의료원 등 관련부처와 본격적인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국립의료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충남 연기.공주의 행정도시로 옮기기로 결정돼 현재로서는 원지동 이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는 그러나 국립의료원 이전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면 차선책으로 다른 민간 종합병원을 유치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서초구와 주민은 여전히 반발 = 서초구는 추모공원 건립에 대한 반대 입장이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서울 동남권 지역의 화장 수요를 감안해 화장로를 11기가 아니라 5기만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초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 동남권 1일 사망자 수가 20.5명으로 화장률이 68.5%인 점을 감안하면 5기면 충분하다"며 대규모 화장로 건립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서초구는 또 "화장장만 우선 건립하는 것은 반대하며, 시가 "의료시설과 화장장을 동시 건립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화장장 건립 문제를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와 함께 청계산수호시민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와 주민들도 대법원의 판결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지동 추모공원 건립에 반대하고 있어 추모공원 추진 과정에 시와 서초구 및 주민들 간의 마찰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