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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다툼인가? 서로모시겠다 주장

관습과 통념의 유효시한이 공개변론쟁점

●"아버지 유해는 우리가…" 이복형제들의 싸움
●44년간 산 동거녀의 자식들이 공원묘지에 안장
●본처 장남 "선산에 모셔야" 유골 인도요구 소송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해를 서로 모시겠다며 이복형제 간에 법정 다툼이 벌어져 대법원이 19일 오후 공개변론을 개최했다. 고(故) 최모씨는 1947년 A씨와 결혼해 장남 C(59)씨 등 3남3녀를 뒀는데 1961년 집을 나가 B씨와 동거하면서 1남2녀를 두고 44년을 함께 살다가 2006년 숨졌다.

B씨의 자식들은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이복형제들에게 알리지 않고 장례를 치른 뒤 공원묘지에 시신을 안치했는데 이를 뒤늦게 알게 된 본처 소생 장남 C씨가 고인을 선산에 모셔야 한다며 유체ㆍ유골의 인도를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숨진 최씨는 법적으로 이혼을 하지는 않아 B씨가 낳은 자식들도 호적에는 A씨가 생모인 것으로 등재돼 있다.

장남 C씨의 주장은 "망인의 유체ㆍ유골에 대한 소유권은 제사 주재자에게 있는데 내가 장남이자 호주승계인으로서 제사 주재자이므로 당연히 유해를 모셔와야 한다"는 것이다. 민법 제1008조의 3에는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禁養林野)와 1천983㎡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승계한다"고 돼 있지만 누가 제사 주재자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반면 B씨가 낳은 자식들은 "아버지가 본처의 집에서 나와 사망할 때까지 완전히 인연을 끊고 살아 C씨에게 제사 주재자로서의 권리가 없으며 공원묘지에 모신 것 또한 아버지의 생전 의사에 따른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1ㆍ2심 재판부는 "유체ㆍ유골의 소유권은 민법 제1008조의 3에 준해 제사 주재자에게 있고 관습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손에게 제사 주재자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망인의 생전 행위가 사후 유해에 대한 권리를 취득한 사람에게 법적 구속력을 미치지 않는다"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유체ㆍ유골에 대한 소유권이 제사 주재자에게 있고 통상 장남이 제사 주재자가 된다는 점은 어느 정도 판례로 확립돼 있지만 "제사 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나 "망인이 생전에 매장 장소를 지정한 경우의 법적 구속력"에 대해서는 확립된 견해가 없어 이례적으로 공개변론을 열었다.

양측은 훗날 망인과 합장될 수 있는 어머니가 누구인지 대해 공방을 벌였고 이용훈 대법원장은 양측을 재판정 앞으로 불러 "가족끼리 대화하는 게 어떠냐"며 합의를 시도했다. 그러나 C씨는 "우리는 집안 대소사가 있을 때 아버지께 꼬박꼬박 알려드렸지만 B씨 측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도저히 대화를 할 수 없다"며 섭섭함을 표시했다.

B씨 측도 "평생 연락하지 않고 살았는데 갑자기 사망 사실을 알려줄 수 없었다"고 항변한 뒤 "C씨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무조건 이장만 해달라고 말한다"고 해 "감정의 골"이 매우 깊음을 보여줬다. 이 대법원장은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양측을 불러 들어본 것인데 법원이 해결해주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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