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쾅쿵쾅…쿵!" 중장비 소리가 요란하다. 하늘 높이 치솟은 크레인은 부지런히 철근덩이와 콘크리트를 들어 옮긴다. 덤프트럭들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기초공사를 위해 파낸 돌과 흙더미를 쉼 없이 실어 나른다. 면적만 98만8000㎡에 달하는 이 곳, "위시티(WI-City)"에는 조만간 펜트하우스와 30층 높이의 초고층의 아파트 등 7000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S건설과 H건설, D건설 등 3개 건설사들은 지난2000년부터 도시개발조합 구성을 주도해 수도권내 또 하나의 미니 신도시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위시티" 중앙의 묘지 1기만큼은 산을 깨부수고 허물어뜨렸던 중장비에 휩쓸리지 않고 "자존심" 강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120여기 묘지가 개발지에 있었지만 유일하게 존치가 결정된 묘지 2기중 하나라고 현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실제로도 봉분을 크게 단장하고 비석과 각종 석물(石物)을 만들어 세운 것이 반드시 보존해야 할 문화재를 보는 듯 했다. 묘지 주변 또한 골 깊은 배수로와 병풍처럼 버티고 있는 10여그루의 소나무로 둘러쌓여 범상치 않은 인물이 안장돼 있음을 짐작케 했다. 하지만 고양시청에 확인한 결과 문화재로 인정받을 만한 보존가치가 있는 묘지는 아니었다. 시청 관계자는 "지난해 향토문화재 신청을 했으나 석물이나 비문이 모두 현대식으로 바뀌어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묘지가 아파트 개발현장 한 가운데 원형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현장의 한 관계자는 "진주강씨 종중에서 강력한 보존요구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묘지는 개발이 끝난 뒤에는 아파트 숲속 한복판인 근린공원 모퉁이에 자리잡게 된다. 근린공원은 광장 등을 갖춘 입주민들의 휴식공간이다. 입주 예정자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 했다. B아파트 입주예정자 김모씨(45)는 "분양 사무실에서는 명품 경관화 전략을 도입했다고 자랑만 늘어놨다"며 "단지 한 가운데 있는 시장 종중의 묘지를 이장하지 않은 것은 뭔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이에 대해 강현석 고양시장은 "종중 쪽에서 그런 일이 있으니 알아봐 달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확인해 본적은 있다"면서도 "건설사에 묘지 존치를 요구한 적은 없다. 건설사에 물어보면 알 것"이라고 해명했다. S건설 관계자는 "강 시장의 중중에서 묘지를 보존해 달라고 요청, 보존녹지로 결정해 줬다"면서 "강 시장은 나중에 특혜의혹이 제기될까 우려했었다"고 말했다. [뉴시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