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들 사망확인서 없어 입국 못해 발동동 ●세상을 떠난 뒤에도 고달픈 타향살이의 서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7일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로 중국 동포 13명이 한 많은 삶을 마감했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가족과 생이별하며 낯선 한국땅에 발을 디딘 그들이지만 죽어서도 그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다. 사고 발생 3일째인 10일까지도 중국에 남겨진 고인의 가족은 영정사진 앞에 국화 한 송이 놓을 기회마저도, 목놓아 크게 울어볼 기회마저도 갖지 못하는 상황이다. 생이별을 넘어 ‘사(死)이별’까지 겪어야 하는 망자의 한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만 간다. 고 엄준영(51) 씨의 부인 장금화(52) 씨는 아직도 중국땅을 떠나지 못한 채 마음만 졸이고 있다. “부인뿐만 아니라 여동생 2명도 지금 중국에서 한국에 오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고 말한 엄씨의 처남 장금명(48) 씨는 “중국 공안국에 가서 계속 문의하고 있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중국 유족의 상황을 전했다. “정상적인 절차를 밟으면 비자 발급까지 통상 보름 정도 소요된다”는 장씨는 “죽어서라도 고인이 가족과 함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달라”고 간절히 얘기했다. 고 손동학(57) 씨의 숙모 채영순(53) 씨도 “다른 가족보다 8살 된 손씨의 아들이 꼭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손씨가 한국에 온 지 1년밖에 안됐는데 이런 사고를 당했다”며 울먹인 채씨는 “중국에 남겨진 가족과 계속 전화연락을 하고 있는데 하루이틀 만에 해결될 분위기가 아니라고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귀국이 어려운 이유는 가족 사망 등의 이유로 긴급한 비자 발급이 필요할 때 사망확인서를 제출해야 하는 중국 현지의 사정 때문이다. 이천 유가족대표단에 참가하고 있는 중국 동포 백수빈 씨도 지난 9일 오후 이재오 의원과의 긴급 만남에서 “아직 신원 확인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인데 어떻게 사망확인서를 빨리 준비할 수 있겠느냐”며 정부당국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고 김진봉 씨와 고향 선후배 사이였다는 김천일(45) 씨는 “중국 공안국의 협조만 얻게 되면 오전에 신청해서 오후에 비자를 받을 수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외국인노동자의집 및 중국동포의집 대표 김해성 목사는 하루 빨리 정부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지난 8일 외국인 근로자 피해 가족의 입국 및 신원 파악 등을 돕기 위한 대책위를 구성, 활동에 들어간 바 있다. 김 목사는 “중국 유족의 원활한 방문을 위해 유족과 함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사망확인서가 나오려면 사망진단서가 먼저 나와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중국대사관에 초청방문을 요청해야 한다”고 절차를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현재 상황을 좀더 확실히 파악해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