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점점 증가하는 자살도 오히려 죽음과 친해지면 예방할 수 있다.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크리스찬치유상담연구소(정태기 목사)에서는 죽음 준비 프로그램인 ‘해피엔딩 만들기’를 하고 있다. 오전 7시에 시작되는 이 프로그램을 들으러 몇 시간씩 걸려 오는 이들도 있다. 어떤 사회복지단체, 종교단체, 교육기관에서도 듣지 못했던 과정이기에 호응이 좋다. 해피엔딩 담당자인 허재기 소장은 “죽음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신체적 준비 정신적 준비, 심리적인 준비, 법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며 “죽음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전했다. 신체적 준비는 ‘내 몸을 죽을 임박에 어떻게 할 것인가’ 준비하는 것이다. 호스피스 병동에도 가 보고, 벽제추모공원도 방문한다. 화장을 할 것인가, 그대로 묻을 것인가, 장기기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본다. 법적인 준비는 변호사의 강의를 들으면서 재산문제 처리 등에 대해 미리 생각해본다. 정신적, 심리적인 준비는 ‘죽음에 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내가 왜 죽음이 두려운가’에 대해 준비한다. 자서전을 써보고 그룹으로 모여 죽음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건강하지 못한 죽음이 자살에 대해서도 공부한다. 허 소장은 “죽음은 하나님이 만들어 놓으신 신비의 프로그램”이라며 “죽은 후에 끝이 아니고 삶의 연속임을 깨닫게 된다”고 밝혔다. 또 서로의 생각을 모임을 통해 나누면서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자살에 대해서도 “자살은 죽음의 한 종류이며 강력한 유혹으로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마치 도박이나 성적 충동과 같은 충동의 하나라는 것이다.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은 죽음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감행한다는 것. 죽음을 알면 오히려 자살할 수 없다고 한다. 허 소장은 “묘비명을 미리 써보고, 육체와 작별인사를 하고, 자신의 시체에 대한 공상을 해보고, 자서전을 쓰고 이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가운데, 삶에 대한 자신감과 힘을 얻게 된다”며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살이 방지된다”고 설명했다. 남편이 죽음을 목격한 후 죽음 준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는 허 소장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교회에서도 ‘죽은 후에 천국 간다’는 식으로 막연하게 알려줬다”면서 “죽음 준비를 하고 나니 죽음과 친해지고 죽음을 사랑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녀는 또 “삶이 윤택해지고 삶을 더 사랑하게 됐다”면서 “가기 싫어서 억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죽음까지도 내가 선택해서 간다고 생각하니 편안해졌다”며 활짝 웃었다. 크리스찬치유상담연구소 정태기 목사는 “노령화 시대, 늘어나는 자살 등 이제 교회에서도 죽음의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갖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