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도읍기 백제시대의 거대한 지하고분이 행정중심 복합도시 예정지에서 발굴됐다. 지하 궁전을 연상케 하는 이 무덤은 3m 이상 땅을 방형으로 파내려간 다음 시신을 안치하는 무덤방인 묘광(墓壙)이 한 변이 5m에 이르는 길이로 조성돼 있다. 외부에서 무덤방으로 향하는 무덤길 또한 길이가 무려 8m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한국고고환경연구소(소장 이흥종)는 지난 4월30일부터 행정중심 복합도시 예정지에 포함된 충남 연기군 남면 송원리 일대에 대한 발굴조사를 벌인 결과 청동기시대 이후 백제,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의 각종 생활유적과 고분 등을 205곳에서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이 가운데 해발고도 72m인 송원리 송계동 마을 북쪽 야산 정상의 평탄지역에서 확인한 백제시대 고분 KM-016호분은 외부에서 묘광으로 통하는 길을 별도로 마련한 횡혈식 석실분(橫穴式石室墳)으로는 현재까지 확인된 것 중 가장 큰 규모여서 관심을 모은다. 이 무덤은 묘광 전체를 지하에 마련한 첫 번째 백제시대 고분으로 기록됐다. 이 무덤은 네 변 길이가 각각 4.74m이며 최대 3.48m까지 땅을 파 묘광을 조성하고 네 벽면에 깬돌을 촘촘히 쌓되 모서리 각을 죽이면서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궁륭형(穹隆形) 석실로 축조됐다. 무덤길은 8.13m에 달한다. 책임조사원인 김무중 연구실장은 “무덤방은 흡사 낙랑 전축분(벽돌무덤)인 평양 석암리 99호분을 연상케 한다.”면서 “아직 무덤 내부가 제대로 조사되지는 않았으나 광구장경호(아가리가 넓은 목 긴 항아리)나 삼족기(세발토기), 개배(뚜껑접시) 같은 토기 유물로 보아 한성도읍기 중 말기에 속하는 고분임이 확실하며, 나아가 그 시대에 이 지역에 대단한 지역적 기반을 갖춘 세력가가 있었다는 고고학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백제시대 고분만 석실분 6기, 석곽묘 19기, 토광묘 16기, 주구토광묘 9기, 옹관묘 5기 등이 확인됨으로써 이 지역이 공주나 부여 못지않은 대규모 백제시대 유적지일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한편 정부는 향후 행복도시 건설에는 거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해당 지역을 현재 자리에 보존할지 이전해 보존할지 등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설령 현재 위치 보존이 결정된다고 해도 고분 발굴지역의 면적이 넓지 않아 전체 공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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