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응급실 아닌 내 집 내 방에서 눈 감고 싶다"

  • 등록 2026.02.27 17: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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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현실에선 10명 중 2명뿐인가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려는 소망이 법과 제도의 벽에 막히는 동안, 대한민국 건강보험은 2031년 파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두 문제의 뿌리는 놀랍게도 하나다.

 

한 달 전 세상을 떠난 정 모 씨(향년 79세)의 딸은 아직도 그날 밤을 후회한다.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나는 집에서 죽고 싶다. 너희들 손 잡고." 그러나 새벽 2시, 호흡이 가빠지자 가족은 119를 불렀다. 달리 방법을 몰랐다. 결국 아버지는 낯선 응급실 침대에서 의식을 잃었고, 딸은 유리창 밖에서 지켜봐야 했다. "아버지 소원 하나 못 들어줬어요."


이것은 정 씨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매년 약 26만 명이 병원에서 숨을 거두는 나라, 대한민국의 이야기다.

 

▌ 국민 84%가 원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통계는 냉혹하다.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국민의 84.1%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거부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비율은 16.7%에 그쳤다. 1980년대까지 90% 이상이던 가택임종 비율은 현재 15%대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병원임종은 31%에서 75%로 치솟았다.
국민이 원하는 것과 실제로 일어나는 것 사이의 거대한 간극. 그 사이에 무엇이 있을까.
숫자로 보는 대한민국 임종의 현실

 

가택임종을 원하는 국민 84.1% → 실제 가택임종 실현율은15%
현재 병원임종 비율 75.3% (1980년대 31%에서 급증)
연명의료비 기여율 변화 4배 급증 2014년 3.6% → 2022년 15%
건강보험 준비금 고갈 예상 2031년 누적 준비금28조 원 전액 소진

 

▌ "집에서 죽으면 경찰이 온다" 아무도 몰랐던 현실

집에서 임종하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메모리얼소싸이어티가 2026년2월 정부에 제출한 정책제안서는 그 이유를 다섯 가지 구조적 장벽으로 규명하였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부터. 병원 퇴원 후48시간이 지난 상태에서 집에서 숨을 거두면, 담당 의사가 사망진단서 발급을 거부하는 경우가 생긴다. 관행적으로 굳어진 기준 때문이다. 유족은 시신을 응급실로 이송하고, 경찰의 변사 조사까지 받아야 한다. 죽음을 준비하고 집에서 맞이한 가족이 범죄자 취급을 받는 상황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병원에서 죽지 않으면 행정이 작동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죽음 제도의 현주소.

 

전국 가정형 호스피스는 고작39개소. 24시간 왕진 체계도 없고, 마약성 진통제 원격 처방도 불가능하다. 집에서 극심한 통증을 참으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전국 인구92%가 도시지역에 사는 현실에서 비병원 임종 장소에 관한 법적 근거는 전무하다. 임종이 임박한 환자가 아파트에서 숨지면 이웃 민원과 법적 공백 사이에서 가족은 결국119를 부른다.


장례를 치르고 싶어도 갈 곳이 없다. 일반 주거지역에는 전문장례식장 설치가 법으로 막혀 있다. 가택임종 후 병원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다.


▌ 뿌리는 하나—50년간 쌓인 죽음 격리 정책

 

이 모든 장벽의 출발점에는1970년대 이후 반세기 동안 지속된 정부의 도시계획 정책이 있다. 죽음과 관련된 모든 시설을 도시 외곽으로 밀어냈다. 그 결과 죽음은 우리 삶에서 철저히 격리된 금기가 됐고, 병원만이 죽음을 처리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으로 굳어졌다. 수십 년에 걸쳐 제도가 만들어낸 두려움이다.


▌ 해법은 있다— 5가지 정책, 34조 원, 183만 명

 

메모리얼소싸이어티는 이 다섯 장벽에 맞서는 통합 정책‘ 패키지를 정부에 제안하였다.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장례식장을 삶의 공간 안 ‘추모문화시설로 격상하고, 전국 422개 재택의료센터를 거점 삼아 24시간 왕진·통증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의료기관도 요양시설도 아닌 제3의 공간, ‘생애말기 주거-홈’을 법적으로 신설하고, 사망진단서 발급 기준을 의학적 연속성 원칙으로 바꾼다. 건축법을 손보아 장례식장을 추모문화시설로 격상시킨다.


효과는 수치로 증명된다. 병원 연명의료로 숨진 환자 1인의 마지막 한 달 의료비는 약 1,800만 원. 같은 기간 집에서 임종돌봄을 받은 환자는 463만 원이다. 1인당 1,337만 원의 차이다. 2027년부터 2042년까지 16년간 가택임종 전환율을 단계적으로 70%까지 높이면 건강보험에서 약34조 원을 절감할 수 있다. 그리고 183만 명이 집에서 가족 곁에서 눈을 감을 수 있다.


재정 절감과 존엄한 죽음. 이 두 가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의 정책이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 2031년,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건강보험 준비금이 고갈되는2031년까지5년이 채 남지 않았다. 지금 당장 건축법 시행령과 국토계획법을 개정하고, 사망진단서 발급 가이드라인을 바꾸는 것은 예산 한 푼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생애말기 주거-홈 전환 역시 노인복지법 개정 하나면 전국 1,555개의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이 출발점이 된다.


가택임종 전환율70%는OECD 최고 수준이자UN·WHO가 권고하는 완화의료 보편화 목표와 일치한다. 이것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결정하면 실현 가능한 목표다. 그 결정이 늦어질수록 응급실 침대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사람은 늘어나고, 건강보험 재정은 더 빠르게 소진된다.

 

정 씨의 딸은 말했다. "아버지 소원 하나 못 들어줬어요." 다음 세대의 자녀들이 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금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참고자료】 첨부문서 참조  ▼
주식회사 메모리얼소싸이어티, 정책제안서MS 26-01

「건강보험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가택임종 확대와 장례식장 입지기준 합리화 방안」, 2026.02.27.

앤딩플래너 김동원 기자 info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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