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304개 노란 풍선 하늘로

2017.04.17 19:58:57

세월호 3주기 추모식 및 추모행사, 전국에서 거행


세월호 참사 3주기인 16일 오전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진도군과 진도군범군민대책위원회가 주관한 추모행사에는 노란 리본 목도리와 종이모자를 착용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을 비롯해 이낙연 전남지사, 이동진 진도군수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추모객들은 ‘지난 3년의 회고’ 추모영상과 진도 중ㆍ고등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재발방지와 미수습자 9명의 귀환을 바라며 쓴 추모시 ‘노란 나비’와 ‘4월 편지’를 낭송하자 눈물을 참지 못했다.

진도 고성중 2년 박소영양과 진도고 2년 박지유양 등 2명의 여학생은 각각 '노란나비', '4월 편지'라는 자작 추모시를 발표했다. 박소영양은 '이제 막 세상의 빛을 보려던 순간 어느샌가 내 앞의 검은 바다가 가득 몰려와 나를 삼킨다'고 참사의 아픔을 노래했다. 이어 '하늘도 나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쓰라린 가슴 안고 울고만 있다. 몇 번의 계절이 지나고 또 지나도 나는 아직 지난 봄에 머물러 있다'며 자신의 나약함과 무력감을 자책했다. 그러나 '더이상 슬프지 않도록 나는 다시 노란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려한다. 다시 만날 봄에는 노란 날개 활짝 펴고 오래도록 날아오르길…'이라며 절망에 굴하지 않은 희망을 표현했다. 진도고 2년 박지유양도 '봄바람과 함께 떠난 그대, 세번째 맞이하는 봄이 내겐 너무 길었다'며 3년의 고통스러움을 회상하고, 이어 '그대, 이세상 어딘가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달라'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날 이 군수는 추모사에서 “팽목항 인근에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할 공간과 안전교육의 장소 등이 있는 국립해양안전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숨진 295명을 추모하고 미수습자 9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304개 풍선 날리기행사와 금비예술단의 진혼무 ‘노란 눈물’에 이어 망자의 한을 달래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씻김굿보존회의 공연도 펼쳐졌다.  단원고 허다윤양의 부친인 허흥환(53)씨는 “사고 이후 많은 국민들과 자원봉사자, 진도군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버텨왔다”면서 “미수습 가족들은 팽목에서 목포신항으로 거처만 옮겼을 뿐 기다리고 있으니 (9명이)돌아올 그날까지 함께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육상에 올려진 상처 난 세월호를 보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목포 신항에도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3주년 기억식에 참석한 목포지역 중ㆍ고등학교 학생 500여명은 ‘0416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잊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추모객들을 맞았다.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목포신항만 인근 공원에서 신자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수습자 9명의 온전한 수습과 의혹 없는 진상 규명을 바라는 추모 미사를 가졌다. 김희중 대주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대축일이지만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해 추모 미사로 대신한다”면서 “이제는 세월호가 부활할 차례다”고 강조했다.


단원고 학생과 교사 261명을 가슴에 묻은 안산에서도 추모물결이 이어졌다. 오후 3시 1분 동안 안산시 전역에 추모사이렌이 울린 뒤 시작된 기억식에는 유가족과 시민 등 2만여 명이 참석해 고인들의 넋을 애도했다. 전명선 4ㆍ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우리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개선이 이뤄질 때 참사로부터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오전에는 분향소까지 4㎞가량을 걷는 ‘봄길 행진’을 비롯해 시화전과 ‘전국 청소년 만민공동회’ 등 다양한 추모행사가 이어졌다.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등 19대 대통령선거 후보들도 추모사를 낭독하며 세월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이구동성으로 공약했다.  일반인희생자추모관이 있는 인천가족공원에서도 추모식이 열려 유가족과 시민들이 아픔을 함께 나눴다. 경남 김해와 거제, 통영, 강원 속초, 원주 등에서도 추모제 등이 진행돼 별이 된 이들의 명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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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미수습자 조기 수습과 희생자 추모, 진실 규명을 기원하는 추모제가 열렸다. 세월호 진도군범군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진도 팽목항에서 미수습자 가족과 이낙연 전남지사, 이동진 진도군수, 윤영일·박준영 국회의원, 학생과 시민 등 1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세월호 3주기 추모행사'를 열었다. 추모제는 식전행사로 분향소 헌화와 진도군립민속예술단 추모공연에 이어 '지난 3년'의 회고 동영상과 추모사, 미수습자 가족 추모답사, 추모시 낭송 추모 풍선 날리기 순으로 진행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부터 지난 3년간의 궤적을 돌아보는 추모영상이 상영되는 동안 단원고 학생 허다윤양 아버지 허흥환씨, 양승진 교사 부인 유백형씨 등 미수습자 가족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슬픔을 삭였다.



이동진 진도군수는 추모사에서 "세월호 같은 사고는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고, 잊혀져서도 안 된다"면서 "9분의 미수습자가 하루 속히 가족 품으로 돌아오고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규명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추모사에서 "세월호는 수많은 비밀을 간직한 채 마치 병든 괴물처럼 목포신항에 올라와 모로 누워있다"면서 "미수습자 수습과 원인 규명 과정이 순탄치는 않겠지만 수습과 진상규명은 완전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월호 사건은 대한민국이 위선의 허울 뒤에 얼마나 추악한 진실을 감췄는지, 자본과 권력이 심각하게 부패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며 "세월호 사건은 그런 부패와 사건을 청산하고 안전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것으로 귀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팽목항 가까이에 국립해양안전관이 지어지고 조금 떨어진 기억의 숲도 이곳에 옮겨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차제에 중앙정부는 국립해양안전관의 운영을 지방에 떠넘기지 말고 기름피해 등 진도 군민의 피해를 최대한 보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단원고 학생 허다윤 양 아버지 허흥환씨는 추모답사에서 "저희는 팽목에서 목포신항으로 거처만 옮겼을 뿐 기다림의 연속이다"라며 "저희가 바라는 인양은 배가 뭍으로 올라와 가족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월호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9명이 돌아오는 날까지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추모식은 보성고등학교와 진도고등학교 학생 2명이 직접 쓴 추모시 '노란나비'와 '4월편지' 낭독과 304명의 희생자와 미수습자를 기억하는 노란 추모풍선 날리기를 끝으로 본행사를 마무리했다. 이어 금비예술단의 진혼무 '노란 눈물'과 망자의 한을 달래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씻김굿보존회의 진도씻김굿 공연이 펼쳐졌다. 오후에는 팽목항 방파제에서 진도군 불교사암연합회의 추모법회와 원불교광주전남교구의 추모행사가 열렸다. 팽목항 성당에서는 천주교 광주대교구의 추모 미사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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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 기자 biz1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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