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희생하고 비정한 세상에 경종 울려

2016.09.24 12:05:34

안치범씨의 죽음에 전국이 애도 물결, 의사자 지정될 듯

‘초인종 의인’ 고(故) 안치범 씨의 발인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안 씨는 지난 9일 불이 난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소재의 한 원룸에서 먼저 대피했다가 잠든 이웃들을 구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가 초인종을 눌러 주민들을 구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연기에 질식,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화재 10여일만인 지난 20일 새벽 끝내 숨을 거뒀다.

안 씨의 빈소로 향하는 복도에는 사회 각계에서 보낸 화환들의 국화꽃 향기가 그윽했다. 많은 화환들 끝에 위치한 빈소에는 평온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안 씨의 영정사진이 보였다.  ‘위급한 상황에도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안 씨가 생전에 어머니 정혜경(59) 씨에게 말했던 것처럼 듬직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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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성우 배한성 씨 등이 침울한 표정으로 빈소를 찾는 등 장례 마지막날까지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오후 1시께 발인식이 시작되자 가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정적이 흐르던 빈소는 고인을 보내는 가족들의 애통한 마음으로 가득찼다.

화마로부터 이웃들을 구하고 숨진 '초인종 의인(義人)' 안치범(28·사진) 씨를 추모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성우 준비생이었던 고인은 명예 성우로 인정받았다.  23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외국어대학교 진입로 현수막 게시대에는 '초인종 의인 러·인통상학과 09학번 안치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고 쓰인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도서관 등에도 고인을 추모하는 대자보와 포스트잇 수십 장이 붙어 있었다. 이날 만난 한 학생은 "이 같은 상황에 부닥쳤을 때 같은 선택을 할지 의문스럽다"며 "불이 나면 자기 몸부터 챙기고 시간이 남으면 귀중품을 챙기기 바쁜 요즘 같은 시대에 그가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안 씨는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9년 부산외대 러시아·인도통상학과에 입학했으며 현재 휴학 중이다. 부산외대 이순철(인도지역 통상 전공) 교수는 "고인을 신입생 때부터 MT 등 각종 모임에 참석하면서 지켜봤다. 항상 드러내지 않으면서 궂은 일을 맡아 하던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고 안 씨를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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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성우를 꿈꾸던 취업 준비생이었다. 2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험을 준비하려고 서울의 학원 인근에 원룸을 구했다. 시험 준비를 하던 중 지난 9일 새벽 고인이 살고 있던 5층 건물에서 불이 났다. 고인은 가장 먼저 대피해 1층으로 내려왔지만 불이 나 연기가 가득 찬 건물로 다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안을 뛰어다니며 "나오세요!"를 외치며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눌렀다. 그의 외침 덕에 입주민들은 잠에서 깨 무사히 대피했다. 그렇지만 유독 연기를 마신 그는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5층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결국 성우 채용 입사지원서 제출 마감 날인 지난 20일 영원히 눈을 감았다.

사단법인 한국성우협회는 고인을 명예회원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올해 말에 열리는 2016 KBS 성우연기대상 시상식 에서 고인의 어머니에게 한국성우협회 명예회원임을 인증하는 '명예 성우 패'를 전달할 계획이다. 가수 임창정(43) 씨도 고인을 두고 "우리 아들들도 당신처럼 키우겠다"고 말해 누리꾼의 호응을 받고 있다. 임 씨는 지난 2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chnangjungo)에 고인을 추모하며 "저도 누구도 100살이신 분들도 이 세상에서 제일 부자이시고, 천하에 명예가 있다 하더라도, 그 어떤 사람들도 당신을 많이 닮고 싶어 할 겁니다. 우리 아들들도 당신처럼 키우겠습니다"고 썼다. 임 씨는 11·9·7살 등 세 아들을 키우고 있다.


한편, 23일 보건복지부는 2016년 제4차 의사상자심사위원회가 10월 말께 개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사상자심사위원회는 의사자, 의상자 등을 심사·의결하는 기구다. 위원장인 복지부 사회정책실장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과 의학·법학·사회복지학 분야 등 민간 전문가를 포함해 15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1년에 4~5차례 열린다. 복지부는 지난 7월에 마지막 위원회를 연 이후 10월 말로 다음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자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유족이 사망진단서, 사건사고 확인조사원 등 필요한 서류를 구비하여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청을 거쳐 복지부에 의사상자 인정 여부 결정이 청구되면 복지부가 90일 내에 의결을 마쳐야 한다.

의사자가 되면 국립묘지 안장이 가능하다. 또한 유족에게는 '의사자 유족에 대한 보상금' 약 2억원(2016년 기준)과 장례 비용이 별도로 지급된다. 또한 배우자, 자녀, 부모, 형제 등은 의료급여 대상자가 돼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병원 치료비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안치범씨에 대해 "유족들께서 고 안치범씨의 의사자 지정을 신청하기로 뜻을 정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 서류가 누락되는 등의 사소한 실수로 일정이 늦춰지지 않도록 최대한 돕겠다"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info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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