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 죽음을 찾는 순례자들

2007.12.15 18:30:35

9억 인도 힌두교도의 성지, 바라나시...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신성한 물줄기 갠지스 강과 시바 신이 사는 땅... 바라나시는 2500년 이상 변함없이 힌두교도들의 정신적 고향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른 아침이면 순례자와 주민들은 강물에서 목욕을 하며 죄를 씻고, 힌두교 예배인 뿌자를 올리며 저마다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힌두교도에게 바라나시는 사람의 도시가 아니라, 3억3천에 달한다는 모든 힌두신의 안식처입니다.

<인터뷰> 파타크(바라나시 힌두대학 교수) : "여기서는 작은 돌조차도 신으로 여겨지고 숭배를 받습니다."

모든 힌두신이 사랑한다는 바라나시는, 역설적이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가장 진하게 배어 있는 도시입니다.갠지스 강이 내다보이는 한 숙소에 남편을 잃은 여인 2명이 살고 있습니다. 남편이 죽은 후 이 곳으로 이주해 10년 넘게 기거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강에 나가 목욕하고 하루 종일 힌두 신들의 이름을 읊조리며 언제일지 모르는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이들의 하루 일과입니다.

<인터뷰> 메이나데비 : "크리슈나 신 크리슈나 신 라마 신 라마 신..."

가트라고 불리는 갠지스 강변의 오래된 건물에도 한 할머니가 살고 있습니다. 100살이 넘었다는 이 할머니는 25년째 이곳에서 그저 죽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부다다이 : "신이 내 목숨을 어서 가져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바라나시에서 삶을 마감하는 것은 모든 힌두교도의 꿈입니다. 이곳에서 죽으면 끝없이 반복되는 윤회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힌두교의 3대 신중 하나인 시바 신이 지상의 거처로 삼았다는 이곳에서, 시바 신은 죽음의 순간에 "최후의 진리"를 귀에 속삭여주고, 이 진리를 들은 사람은 "목샤"라고 하는 해탈로 직행해, 다시는 이승에 태어나지 않는 것이 힌두교도의 믿음입니다.

<인터뷰> 파타크(바라나시 힌두대학 교수) : ""목샤"에 이르기 위해 지난 수천 년 간 사람들이 여기 와서 숨을 거뒀습니다."

죽음과 바라나시의 특별한 관계는, 도시 한복판 갠지즈 강변에 자리 잡은 대규모 노천 화장터에서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매일 백여 구의 시신이 이곳에서 한 줌의 재가 돼 강물에 뿌려집니다.
수의로 감싼 시신을 장작 위에 올려놓고 태우는 화장 방식이 수 천 년에 걸쳐 이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카라시(화장터 인근 주민) : "24시간 화장이 이뤄지는데 화장터의 불이 수천 년 간 꺼진 적이 없습니다."

바라나시에서 죽는 것이 가장 좋지만, 다른 곳에서 죽었더라도 이곳에서 화장되면 역시 해탈에 이를 수 있다는 믿음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시신이 모여듭니다.

<인터뷰> 아난드(유족) : "여기서 화장되면 "목샤"로 간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믿습니다."

바라나시를 뒤덮고 있는 이미지는 죽음입니다. 그러나 어떤 이의 죽음은 때론 다른 이의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되기도 합니다. 이 장작 집에서는, 나무를 화장용 장작으로 만들어 화장터에 공급합니다. 하루 평균 9톤의 장작을 쉼 없이 화장터에 실어 나르는 이곳에서, 30여 명의 일꾼과 그 가족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람찬드(장작집 일꾼) : "하루 100루피(2400원) 법니다. 평생 여기서 일하고 싶습니다."

수의를 포함해 각종 장례 용품을 파는 가게도 시내 곳곳에서 2백여 곳이 성업 중입니다.

<인터뷰> 구루지(장례용품점 주인) : "우리 가게는 화장용품 전문점입니다. 다른 가게들도 똑같은 물건을 팝니다."

역설적이게도 죽음은 바라나시의 최대 관광 상품입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약 20만 명, 힌두 순례자 약 백만 명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주민의 65% 정도가 관광업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화장장을 운영해오면서 이 지역에서 가장 유력한 재력가로 발돋움한 불가촉천민 집단 "돔"은, 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정부 지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람다르산(화장터 운영자) : "정부가 이 일대를 청결하게 가꾸고 편의시설도 제공해줘야 합니다."

강물에 떨어진 동전을 줍기 위해 하루종일 끈에 매단 자석을 던지는 아이들... 관광객들에게 갠지스 강에 띄우는 램프를 파는 사람들... 관광객을 태워주고 뱃삯을 받아 생활하는 수 백 명의 뱃사공들... 힌두교도 누구나 죽고 싶어 하는 곳에서, 삶을 위한 투쟁 또한 치열합니다.

<인터뷰> 라케시만(뱃사공) : "하루 100~200루피(2400원~4800원)벌어 대부분 어머니께 드립니다."

여느 때 밤과 같이 갠지스 강변에서 힌두교 예배가 축제처럼 펼쳐지고 있습니다. 갠지스 강에 바치는 경건한 의식이면서 다분히 관광객을 겨냥한 이벤트이기도 합니다.

같은 시각 다른 쪽에서는 시신을 태우는 화장터의 불길이 여전히 타오르고 있습니다. 힌두교도가 이승에서 치르는 마지막 이별 의식입니다. 삶 곁에 죽음이 있고, 죽음 곁에 삶이 있어 때론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곳... 산 자는 죽은 자를 축복하고 죽은 자는 산 자를 먹여 살리는 곳...

그래서 바라나시는 죽음을 먹고사는 도시이자 현재와 과거, 미래가 혼재하는 인도를 이해하는 출발점입니다.

멕시코계 미국 여가수 이노호사가 불러서 큰 인기를 모았던 돈데보이, "어디로 가야 하나요"라는 애절한 곡이 지금 흐르고 있습니다만 멕시코 밀입국자들의 애환을 담고 있는 이 노래가 나온 지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앞서 보신대로 그 행렬은 여전합니다. [KBSTV] 제공

세계 6위의 산유국이자 자원 부국인 멕시코에서 생계를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야 하는 서민들의 아픔이 아직도 계속돼야 하는 지, 국가의 역할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뉴스관리자 기자 info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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