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국립박물관 ‘쇼소인(正倉院)전’

2007.11.10 04:19:10

문화재보존 열정 대단, 고대유물 9천점 선보여

 
▶日문화재 보존 열정엔 부러움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보물창고인 쇼소인(正倉院)의 문이 열렸다. 쇼소인 소장품 일부가 공개되면서 통일신라시대 사경 등 8세기 전후 한반도, 중국은 물론 당시 동서양의 문화교류 등을 보여주는 귀중한 고대유물도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전시기간 각국서 30만~40만 발길
일본 왕실유물 소장처로 나라(奈良) 도다이지(東大寺)에 있는 쇼소인은 나라시대(710~794)와 당시 한반도, 중국, 인도, 페르시아 등의 고대유물 9,000여점을 소장중이다. 고대 동아시아 역사와 문화 연구에 획기적 자료들이다. 그러나 엄격히 통제되는 쇼소인은 1년에 단 한번 특별전을 통해 소장품 일부를 공개할 뿐이다. 올 전시회는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쇼소인에서 멀지 않은 나라국립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나라국립박물관의 ‘제58회 쇼소인 전’을 찾았다. 노송들이 새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박물관 뜰은 사람들로 그득했다. 전시장 입구도 각국의 관람객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사토 고지(佐藤興治) 전 사카이시립박물관장은 “이미 9월부터 전국에서 예매가 진행됐다”며 “워낙 귀한 보물들이 어렵게 선보이다 보니 전시때마다 각국에서 30만~40만명이 찾는다”고 밝혔다.

나라박물관 신관 2층 전체를 2개 전시실로 나눈 전시장의 유물은 모두 68점. 이 중 756년 교묘왕비가 쇼무왕의 49재에 맞춰 남편의 생전 애장품을 도다이지에 헌납하며 작성한 유물목록인 ‘국가진보장(國家珍寶帳)’ 등 처음 공개되는 유물도 13점이나 된다.

한국 관람객의 눈길을 잡는 유물은 단연 전시장 끝부분의 ‘대방광불화엄경 권72~80, 신라경’. 길이가 무려 30m83(폭 25.9㎝)의 사경은 55장의 종이를 붙여 두루마리로 제작됐다. 너무나 단정한 서체와 좋은 보존상태 등은 1,300여년전 작품으로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종이를 이어 붙이고 괘선이 없으며, 경전 축약본인 데다 최고 품질의 닥나무 종이 등을 근거로 통일신라시대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시주최측의 설명. 현재 국내에는 이보다 시기가 뒤진 고려시대 사경들도 국보, 보물로 지정돼 있다. 나라국립박물관에서 연수중인 국립중앙박물관 최선주 학예관은 “당시 일본은 한반도를 통해 불교경전을 얻는 데 큰 애를 썼다”며 “한반도의 문화수준과 불교문화 연구에 귀중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흔히 화엄경으로 불리는 대방광불화엄경은 ‘부처와 중생은 하나’라는 기본사상을 담았으며, 우리나라 불교사상의 확립에 큰 영향을 끼쳤다.

‘팔각 동경’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금·은으로 산과 물, 섬은 물론 용과 새, 피리를 부는 사람까지 정교하게 새겼다. 옆에 전시된 동경 보관함도 6가지 색깔로 화려하면서도 격조높게 보상화문이 그려져 있다.

▶백제·신라유물 일부만 공개
‘국가진보장’의 650점 목록 중에는 ‘백제 병풍’도 기록된 사실이 확인됐다. 최학예관은 “쇼소인에는 백제와 신라, 통일신라 유물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공개된 것은 극히 일부여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 쇼소인에는 신라 농촌사회의 구조와 토지제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민정문서인 ‘신라 장적’, 종과 사리기, 칼·금동가위 등 신라와 백제의 각종 유물이 소장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교묘왕비의 유물헌납 1,250주년을 기념, 쇼무왕과 직접 관련된 각종 유물이 많이 나왔다. 또 페르시아에서 중국을 거쳐 일본땅에 도착한 토끼와 풀이 선명히 새겨진 녹색유리잔, 지금까지도 사용 당시의 재가 남아있는 대리석 향로, 주둥이를 봉황의 머리로 만든 금동물병, 말안장 등 찬란한 고대유물이 선보인다.

많은 관람객으로 힘들게 전시장을 둘러보고 나서면서 문화재가 잘 보존된 일본이 부러웠다. 고대 문화유산을 상당수 잃어버린 우리의 현실에 그 부러움의 몇배나 안타까웠다. 전시장을 찾은 외국 관람객들은 백제와 신라를 얼마나 알까. 문화의 힘, 세계인을 자발적으로 모이게 하는 문화유산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올해의 쇼소인 특별전이다.
뉴스관리자 기자 info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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