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된 조상 무덤 600여기를 갑자기 옮기라니

  • 등록 2011.06.23 14: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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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기라니… 황당할 뿐", 이장비 18억… 예산낭비 지적
▶강원도 속초시 노학동 산158번지. 도로 옆 비탈면인 이곳은 시유지(市有地)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묘지다. 속초시는 1970년 12월부터 공설묘지로 지정해 관리해왔다. 21일 오후 이 공설묘지에서는 분묘 연고자(후손) 3명이 한숨을 쉬고 있었다. 속초시가 이곳에 국립 산악박물관을 짓는다며 분묘 이장을 공고했기 때문이라 했다. 묘지 앞에는 "국립 산악박물관 건립 부지 편입 분묘"라는 푯말이 박혀 있었고, 이미 묘지 한쪽에는 굴착기가 작업한 흔적이 있었다. 일부 묘지는 훼손된 상태였다. 연고자 이모(37)씨는 "속초에 하나뿐인 공설묘지에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계시는데, 당장 옮길 땅도 없어 어디로 모실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속초시는 작년 8월 산림청의 국립 산악박물관 유치에 공모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 속초시가 박물관을 유치하면서 산림청과 약속한 것은 ▲10만㎡의 부지 무상 임대 ▲진입도로 개설 ▲부지 내 분묘 이장 등이다. 이 때문에 속초시는 최근 해당 부지에 있는 분묘를 이장해야 한다며 "분묘 이장(개장) 공고"를 내고 연고자 신고를 받고 있다. 박물관 부지에 포함된 공설묘지는 6만㎡로 600여기의 분묘가 있다. 속초시는 이장 후 납골당으로 안치하라고 권유하고 있으나, 연고자들은 "화장을 강제할 수 있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 ▲ 강원도 속초시 노학동의 공설묘지에서 한 분묘 연고자가 국립산악박물관 부지에 편입될 조상의 분묘를 가리키고 있다
속초 지역에는 공설묘지가 이곳 한 곳뿐이다. 대체 묘지가 없는 것이다. 김모(51)씨는 "공설묘지는 6·25 전쟁 직후 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이 모여 구성된 속초시민 1·2세대들이 묻힌 곳인데, 속초시가 조상에게 죄를 짓고 있다"고 성토했다.

강제적 이장도 논란거리다. 속초시는 분묘 이장의 근거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를 제시했다. 여기엔 "주인 허락 없이 무단으로 설치한 분묘에 대해 이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속초시가 공설묘지라고 "조례"로 정해 관리해온 곳이다. "무단"으로 설치했다고 할 수 없다. 1980년대 동사무소 허락을 받고 분묘를 썼다는 이모(48)씨는 "법률 자문 결과 시장 허가를 받고 분묘를 설치할 경우 속초시가 이장을 강제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결국 속초시가 이장을 강제할 수 없는 공설묘지에 박물관을 유치한 것 자체가 황당한 행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장 비용도 문제다. 통상 분묘 1기 이장 비용은 300만원. 600기를 이장하려면 최소 18억원이 필요하다. 속초시는 그 중 비용을 지원해야 하는 연고 묘를 400기 정도로 보고 12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른 곳을 박물관 부지로 선정했다면 집행하지 않아도 될 예산이 낭비되는 셈이다. [조선일보]
뉴스관리자 기자 info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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