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죽음 전하는 죽음준비 지도자들

  • 등록 2011.04.28 12: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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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연극단, 전국 돌며 33번째 공연

두 번째 대장암 수술을 받는 67세 할머니의 병실에 우스꽝스러운 광대 옷을 입은 노인이 갑자기 나타났다. "당신이 태어날 때부터 지켜봐 온 친구"라며 "함께 여행 가자"고 한다. 재작년 8월 서울에서 창단공연을 한 "웰다잉 연극단"의 두 번째 연극 "행복한 죽음"의 한 장면이다. 27일 충북 옥천 성모노인요양원에서 가진 공연까지 벌써 33번째다.

연극인 장두이씨가 극본을 쓰고 기획했지만 50~70대 배우들은 모두 아마추어다. 각당복지재단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를 통해 "웰다잉 강사 과정"과 "죽음준비 지도자 과정"을 마치고 웰다잉 강사로 활동해온 이들이다. 죽음에 대해 얘기하길 꺼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 방법에 대한 고민이 이들을 연극 프로젝트로 이끌었다. "죽음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찾아오잖아요. 죽음 앞에 사람은 얼마나 당당하고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에서 연극을 하게 됐어요."

연극 "행복한 죽음"의 주인공은 눈앞에 닥친 죽음을 부인하다가 결국 가진 것 모두를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내놓고,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세상에서 퇴장한다. 연극단은 그동안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대학·교회·복지관·노인회관 등 불러주는 곳마다 찾아갔다. 단장 최명환(63)씨는 "배우들에게 다가와 손을 덥석 잡는 어르신들을 볼 때, 또는 그들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절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기로 서약하는 것을 볼 때 강의만으로는 전할 수 없는 메시지가 전해진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 ▲ ‘웰다잉 연극단’단원들이 연습하고 있다. 환자가 천사를 만나 당황하는 장면이다.
최 단장은 대기업 임원이던 2003년과 2005년 두 차례 신장암 수술을 받으며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처음엔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나" 싶어 원망스럽고 화도 났지만 두 번째 수술대에 오르기 전 주변을 정리하면서는 "죽음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고 싶다"는 목마름을 느꼈다. 다른 단원들도 그처럼 죽음 직전을 경험했거나 주변 사람의 죽음을 겪으며 "품위 있고 존엄하게 죽는 법"을 공부한 사람들이다. 각당복지재단(이사장 강옥라)은 2007년 시작한 "웰다잉 전문강사 과정"을 통해 300명 넘는 강사를 배출했고, 이들 중 50여명이 꾸준히 모임을 가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 단장은 자신이 죽을 때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과 지내고 있을지 상상해 기록하는 "나의 사망기"와 "유언장"을 써보라고 했다. "그러면 죽기 전까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깨닫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수 있으니까요. 각자의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를 만드는 거와 같아요." [조선일보]
뉴스관리자 기자 info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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