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업체로는 호텔·전철회사·농협·생협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가족장 패키지를 주력 상품으로 내건 프랜차이즈 체인(에폭재팬 등)도 있다. 이들 신규 업체는 아직 전체 매출의 10% 미만이지만 점유율 확대는 시간문제로 알려졌다. 』 |
1. ▒■장례식도 성대함 버리고 간소하게■▒ ▶“형식·관습 벗어나 가족끼리만”… 경제난·핵가족화 등 요인 분석 일본 사회의 급속한 초고령화는 장례 문화에도 작지 않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인들은 대부분 불교식 장례를 치르는데, 납관과 고인을 밤새 추모하는 통야(通夜)와 출관 장례식, 호텔이나 대형 회관에 지인들이 모여 고인을 추도하는 ‘고별식’, 다비식 등의 절차로 진행된다. 장례의 규모와 호화로움이 고인과 후손의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이 때문에 성대한 장례식과 호화 분묘 조성이 1990년대부터 사회적 문제로 지적됐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이런 풍조에 극적인 변화가 왔다. 일본소비자협회가 작년 실시한 ‘장례에 관한 국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형식이나 관습에 구애받고 싶지 않다’는 응답자가 56.9%로 절반을 넘었다. 복수응답으로 ‘가족만의 장례식으로 족하다’는 답변도 48.4%나 됐다. 다이이치생명보험 라이프디자인본부의 고다니 미도리 주임 연구원은 “경제 상황 악화와 함께 가속화되고 있는 고령화와 핵가족화가 장례에 대한 전통적 인식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80대 이상 고령자이다. 당연히 배우자도 고령이고 상주가 되는 자녀들조차 60세를 넘는 노인인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비용도 비용이지만 호화 장례를 하더라도 찾아줄 조문객 수가 적어지면서 장례가 소규모화, 저가격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소비자협회에 따르면 2007년 일본인의 장례식에 들어가는 평균 비용은 231만엔(약 3080만원)에 달했지만 2010년에는 199만8861엔으로 31만엔 정도 줄었다. 가족과 친척 등 소수인원만 모여서 치르는 ‘가족장’이나, 장례 절차를 대부분 생략하고 납관과 다비식만 하는 ‘초구소(直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유통 대기업들은 이런 변화를 간파하고 발빠르게 장례사업 진출을 잇달아 선언하고 있다. 백화점 그룹인 미쓰코시이세탄(三越伊勢丹) 홀딩스그룹은 올 4월 이후 장례사업에 본격 뛰어들 계획이다. 미쓰코시와 이세탄 백화점의 카드 회원 약 300만명을 주된 고객으로 삼아 호텔이나 절 등과 연계해 장례식 전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통대기업 ‘이온’도 2009년 9월부터 장례사업을 시작했고, 편의점 기업인 ‘패밀리마트’도 장례시장 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소규모 장례업자·사찰이 손잡고, 장례 전반을 관장하는 전통적 장례문화가 고비용 허례허식을 불러왔다고 비판하면서 새로운 소비자 기대에 부응해 합리적인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전한다. 고령자의 증가로 장례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거품을 빼더라도 충분히 기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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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노후 복병 ‘장례비’ ■▒ ▶부르는 게 값, 마음 놓고 죽을 수도 없다!” 죽음은 인간이기에 피할 수 없는 화두다. 노출 빈도가 높아지는 고령사회라면 더욱 그렇다. 일본이 대표적이다. 이 나라에서 죽음은 일상 이슈다. 요즘처럼 환절기에는 유독 장례 문제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이방인의 눈에는 의아할 정도로 장례에 관한 언론 특집, 출판도 끊임없이 쏟아진다. 최근 2~3년엔 주요 잡지 커버스토리로까지 자주 등장했다. 2010년엔 ‘장례는 필요 없다(葬式は要らない)’는 책이 베스트셀러에까지 올랐다. 길거리에서도 장례(죽음)는 친숙(?)한 단어다. 지하철 광고판엔 묘지 광고가 적지 않다. 죽기 전에 납골당을 예약해 놓으면 편리하다며 홍보 중이다. 부동산 광고처럼 지하철역에서 가깝다는 등 역세권 장점도 단골 문구다. 실제 도심에 가깝고 편리한 공영 묘지는 경쟁률이 상당히 높다. 또한 인생의 마지막 집을 마련하기 위한 최후 경쟁도 치열하다. 고령자를 중심으로 사후를 위한 묘지를 찾아보자는 모임도 많다. |
▶묘지 선택 최우선 순위는 가격 장례 불안의 핵심은 높은 비용 구조로 요약된다. 장례 불안의 핵심은 높은 비용 구조로 요약된다. 사실상 금전 부담이 죽음(장례) 걱정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일본의 장례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어떤 통계를 봐도 일본의 장례비는 턱없이 비싸다. 묘지 선정 때 가장 중시되는 변수 중 하나가 비용 부담일 정도다. 2009년 묘에 관한 의식조사(메모리얼아트)에 따르면 묘지 선택의 최우선 순위는 가격이다. 가격·유지비(94.9%)가 가장 중요한 변수인 가운데 접근성(94.2%), 관리 주체(84%), 교통 편의(83.8%), 주변 경관(67.6%) 등이 꼽혔다. 구체적으로 비용 항목부터 보자. 장례비는 크게 장례 비용과 묘지 비용으로 구분된다. 장례비는 평균 231만 엔으로 조사됐다(2007년 일본소비자협회). 도쿄 등 수도권은 256만3000엔인데 그나마 경쟁 격화로 2003년(305만 엔)보다 약 50만 엔 급감했다. 장례 후의 묘지비도 상당한 수준이다. 땅값부터 묘석·관리비까지 감안하면 부르는 게 값이다. 2009년 현재 묘석 비용만 전국 평균 170만 엔대다(전국우량석재점모임). 장례 무용론 관련 저서를 쓴 "시마다 히로미"에 따르면 각국 장례비용은 미국(44만 엔), 영국(12만 엔), 독일(20만 엔), 한국(37만 엔)으로 일본이 월등히 높다(1990년 기준). 1990년대부터 디플레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장례비는 당시나 지금이나 비슷한 수준이다. 더 구체적으로 보자. "주간 다이아몬드"가 2008년 뽑은 견적서다. 참석자 100명의 장례식을 도쿄에서 치를 때다. 비용은 크게 3가지다. 장례식·화장 등 일반적인 장의비와 철야·정진요리·음료수 등 음식비, 그리고 포시(布施)·계명(戒名)료 등 승려(절) 사례금 등으로 나뉜다.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건 제단이다. 크기와 화려함에 따라 비용은 천양지차다. 재장(齋場)·화장장 등의 민영·공영 여부도 금액을 가르는 변수다. 공영이 민영보다 최대 5분의 1 정도 싸다. 다만 공영은 수가 적어 멀리 가면 각종 이동 비용이 더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이런 제반 비용을 합한 장의비만 140만 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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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비용도 막대 여기에 음식비(54만 엔)와 승려 사례금(68만 엔)을 합하면 도합 256만 엔대다. 같은 맥락에서 승려 사례금에 대한 반발도 많다. 6글자의 불교식 이름(戒名)과 2시간의 독경 비용으로 68만 엔이라는 거액을 내는 건 부당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이때는 장례비만 계산한 수치다. 이후의 묘지 비용은 장례비보다 더 비싼 게 보통이다. 구체적으로 묘지 건설 때 크게 영대(永代) 사용료와 묘석비·관리비가 필요하다. 영대 사용료는 토지 사용권을 얻는 비용이다. 관리비(연간)는 묘지의 공유 부분 청소·관리 용도다. 도쿄 민영 묘지는 영대 사용료와 묘석비를 합해 200만~500만 엔대다. 2008년 묘석비는 100만~200만 엔대(45.6%)가 가장 일반적이다. 전국 평균은 176만3000엔이다. 도쿄는 영대 사용료(170만 엔)와 묘석비(110만~210만 엔) 외에 연간 관리비(1만5000엔)를 합해 300만 엔대가 평균치라는 통계도 있다. 지방으로 갈수록 100만 엔대 초반에도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최대 가격은 2000만 엔대도 있다. 결국 공영·민영·사원묘지 등 묘지 종류에 따라 비용이 크게 갈린다. 저렴한 묘지는 단신(75만 엔), 부부(95만 엔) 등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홍보하기도 한다. 여기에 생전에 구입하면 연간 관리비(약 9000엔)가 든다. 납골 후엔 연간 관리비가 없는 대신 33회째 기일부터 공동으로 관리되는 형태다(永代供養). 당대 한정 관리는 가족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인기다. |
▶생전 계약, 생전 장례도 늘어나는 추세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례 문화도 변한다. 합계 500만 엔대를 웃도는 과다 비용 트러블과 함께 생존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남겨진 가족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생전에 스스로 장례를 준비해 두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장례를 치르고 제사를 지낼 후손이 줄고 있다. 저출산 때문이다. 가령 부부 2인이 4인의 부모를 모시거나 단신 자녀가 부모를 모시면 비용 부담은 상당한 스트레스다. 외동아들·딸이 결혼해 4명의 양친 부모 장례를 모두 지낸다면 이론상 2000만 엔대의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장례 수요는 급증세다. 사망자는 2003년 100만 명을 최초로 넘긴 뒤 2040년 166만 명으로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80세 이상 사망자도 1960년 16.2%에서 2006년 49.8%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장례 자체는 상당히 간소화되는 추세다. 밤샘(오츠야) 후 화장하는 게 일반적이다. 제사를 지내지 않기 위해 장례식 없이 화장만으로 끝내는 것도 수도권에선 30% 이상으로 알려졌다. 직장(直葬)이다. 비용 부담에 따른 장례 기피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조상 대대의 묘에 납골하지 않고 자연장·산골을 택할 때도 많다. 아들이 없으면 묘를 만들지 않는 경향도 뚜렷하다. 최근엔 무연묘도 증가세다. 먹고살기 힘들어져 부모 장례·제사까지 챙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묘지로 굳이 사찰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도 늘었다. 종교와 무관하게 묘를 지을 수 있는 공영·민영 묘지를 찾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공동묘의 선택지도 있다. 독신 여성만 모아 공동으로 묘를 구성해 주는 SSS네트워크(NPO법인) 활동이 대표적이다. 서클 활동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묘지를 선택하자는 발상이다. 회원은 영구 공양료 25만 엔만 내면 공동묘에 들어갈 수 있다. 매년 1회 묘지에서 개최되는 회원 대상 가든 파티를 통해 얼굴을 익히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쌓는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최근 10년에 걸쳐 약 300명의 희망자가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전 장례도 있다. 평소 친지·지인을 모아 이별 행사를 가져보는 식이다. 환갑 후 1회, 70세 때 2회 등의 식으로 반복할 때가 많다. 장례를 둘러싼 불안감을 희석해 보려는 의도다. 생전에 스스로 본인 묘를 마련하려는 수요도 적지 않다. 가족의 개인화 등으로 자녀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례식이 필요 없다고 단언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대부분은 여전히 조상 추모에 대해 애정과 의무감을 갖고 있다. 여건이 안 돼 부담은 되지만 장례·묘지는 필요하다는 게 일반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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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성 무궁무진한 장의 시장 일본의 장례는 화장이 보편적이다. 1900년 30%에 불과했던 화장률이 지금은 99%까지 급증했다. 화장에 따른 장례법은 비교적 복잡해 장의사 등 전문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 사업 모델로서의 주목 배경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주지하듯 고령사회란 점에서 장의 시장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 일각에선 황금알을 낳는 음지 산업으로 비유한다. 장의 시장을 2조 엔대로 보는 분석도 있다. 게다가 현금 장사다. 조화 등을 비롯해 필요 물품의 절대 다수가 당일 발주인 까닭에 재고 비용도 별로 들지 않는다.반면 대금은 3일 이내 회수되는 게 일반적이다. 업계 내부에선 수도권은 포화 상태라고 볼 정도로 최근 신규 진입 증가에 따른 경쟁 격화도 심화됐다. 상장회사만 10여 개에 육박한다. 다른 업종에서 장의 시장으로의 진입도 꾸준하다. 현재 장의 관련 기업은 6500~7000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신규 업체로는 호텔·전철회사·농협·생협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가족장 패키지를 주력 상품으로 내건 프랜차이즈 체인(에폭재팬 등)도 있다. 이들 신규 업체는 아직 전체 매출의 10% 미만이지만 점유율 확대는 시간문제로 알려졌다. 취대이슈는 거대 업체의 도전장이다. 이온·패밀리마트 등 유통 업체의 도전이 그렇다. 기본 서비스 제공은 물론 관련 용품의 세트 판매에서 단품 판매로 전환하는 등 수요 확보에도 열심이다. 꽃꽂이 업체가 제단 구성 등의 장점을 내세워 장제 사업에 진입하기도 한다. 그만큼 장의업은 지역 밀착형 사업으로 진입 장벽이 낮다. 최대 기업조차 전국 점유율 1%를 채우지 못할 정도다. 즉 대부분 영세·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업계다. 대기업이 욕심을 낼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협의 시장 가세도 같은 맥락이다. 농협 진출 지역은 기존 업자의 고전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연·혈연이 강한 지역의 농협 조직력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이다. 경쟁 심화로 폐쇄적인 업계 관행도 개선되고 있다. 투명한 가격 설정은 물론 터부시된 가격 협상 등도 적극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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