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not forgotten

  • 등록 2009.05.20 16: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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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군 풍산리 야산 기슭에서 미군 장병 11명이 이런 문구를 새긴 셔츠를 입고 국군 장병들과 함께 땅을 파고 흙을 체로 걸러가며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이들은 미 합동 전쟁포로 실종자 확인사령부(JPAC) 소속 군인들. 이들은 한국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26명과 함께 6·25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국군과 미군이 본격적으로 유해 발굴 전 과정을 함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도 부분적으로 협력하긴 했으나 지난해 8월 공동 발굴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으면서 차원이 달라졌다.

이들이 풍산리를 찾게 된 건 간단한 제보 한마디 때문이었다. 주민 이모(75)씨가 작고한 부친으로부터 마을 앞에 놓여 있던 미군 유해를 뒷산에 묻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한 것. 화천 일대가 1951년 6월 미 9군단 예하 7사단과 24사단이 중공군과 격전을 치러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곳이라 제보는 신빙성이 있었다.

양국 발굴단은 지난 14일부터 이 야산에 삽을 대고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심정으로 발굴을 시작했다.

 
- ▲ 18일 강원 화천군 풍산리에 있는 야산에서 미 합동 전쟁포로 실종자 확인사령부(JPAC) 소속 대원들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원 들이 6·25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유해를 찾기 위한 공동발굴작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현재까지 발굴된 것은 약간의 뼛조각과 만년필, 탄피 등이다. 발굴지휘자인 인류학자 제이 실버스틴 박사는 "사람 뼈인지는 좀 더 조사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년필은 "PARKER USA"라는 상표가 있어 미군이 쓰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탄피에는 "1944"와 "1951"이란 생산연도가 찍혀 있어 이곳이 전장(戰場)이었음을 입증했다.

유해 발굴은 고단한 작업의 연속이다. 수십명의 장병들을 보내 열심히 땅을 파지만 아무것도 건지지 못할 때도 많다. 유해를 찾더라도 누군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0년 시작한 유해발굴 사업을 통해 지난해까지 국군 전사자 유해 2855구를 찾았지만 신원을 확인한 건 74명, 유가족까지 찾은 건 44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사업을 중단할 순 없다. JPAC 발굴팀장 마크 웰치 대위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을 위해 예산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건 당연하다"며 "미군의 힘은 JPAC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부친이 2차대전 참전용사라는 실버스틴 박사는 "국가가 군인들에게 만약 당신이 싸우다 외국에서 전사하면 우린 절대 잊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유해를 되찾아 오겠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게 JPAC의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박신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대령)은 "국가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을 국민이 알아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511구 유해를 찾았으며 연말까지 1000구 발굴을 목표로 하고 있다.
뉴스관리자 기자 info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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