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으로 손상된 뇌 조직이 줄기세포 이식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사실이 동물실험에서 확인됐다. '골든타임'이 중요한 뇌졸중에서 발병 직후가 아닌 발생 1주일 뒤에도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을 입증했다. 지금까지 뇌졸중은 치료가 가능한 시간이 수 시간에 불과했지만 향후 치료의 문을 훨씬 넓힐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루슬란 러스트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공동 연구팀은 인간의 혈액세포를 신경줄기세포로 전환해 뇌졸중을 유발한 쥐의 손상 부위에 이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5주 동안 회복 과정을 추적한 결과 세포 이식을 받은 쥐에서 신경망 성장과 혈관 형성이 뚜렷하게 증가했고 염증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새롭게 이식된 줄기세포의 상당수는 '감마아미노낙산(GABA)성 신경세포’로 분화됐다. GABA성 신경세포는 뇌세포 활동을 억제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뇌졸중 이후 회복 과정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연구팀은 "줄기세포가 이러한 GABA성 신경세포와 같이 중요한 세포로 자리를 잡아 실제 회복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회복 효과를 정밀하게 확인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행동 분석 도구를 활용했다. 쥐가 사다리를 오르거나 걸을 때 나타나는 미세한 움직임을 딥러닝으로 추적했다. 그 결과 줄기세포 이식을 받은 개체는 5주 후 미세 운동 기능을 완전히 회복했다. 보행 패턴도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연구팀은 기존 뇌졸중 연구에서 이처럼 작은 기능 차이를 정량화해 확인한 것은 새로운 시도라고 덧붙였다.
이식된 세포와 주변 뇌세포 간 상호작용을 분석해 신경 재생과 연결 형성에 중요한 신호 경로들이 활발히 작동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줄기세포 이식이 단순히 세포를 보충하는 차원을 넘어 뇌 조직의 재생 과정을 촉진하는 기전을 가진다는 의미다.
러스트 교수는 “급성기 치료를 받지 못해 혈관이 막힌 채 남아 있는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치료의 길을 열 수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임상 현장에 적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구팀은 향후 줄기세포가 장기간 뇌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회복 효과가 지속되거나 강화되는지를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