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의 장례식 사흘째인 27일 아침 상주인 와찌랄롱꼰 국왕이 화장을 마친 유골을 수습하고 있다. [장례식 중계영상 캡처=연합뉴스]](http://www.memorialnews.net/data/photos/20171044/art_15094105629527_12fa6a.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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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푸미폰 아둔야뎃 전 태국 국왕을 기렸던 1년간의 공식적인 애도 기간이 화려한 행사와 종교의식으로 5일간 호화롭게 치러진 장례식 후 29일(현지 시간) 종료됐다. 작년 10월 88세를 일기로 서거한 사랑받는 왕이었던 푸미폰 전 국왕은 나라가 마비될 정도로 하루 동안 국민들의 감정이 북받친 뒤인 지난 목요일 화장됐다. 푸미폰 전 국왕은 세계 최장기 집권 국왕이었고 무려 70년간 태국의 격변 속 현대 역사와 함께하면서 통합을 주도한 상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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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날이 저물자, 푸미폰 전 국왕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마하 와치랄롱꼰 현 국왕과 그의 누이인 마하 차끄리 시린톤 공주가 전 국왕의 유골이 담긴 한 쌍의 황금 항아리를 방콕 왕궁에서 항아리가 보존될 두 방콕 사원까지 가지고 갔다. 헬멧에 파란 깃털을 꽂고 예복을 갖춘 예식 기병대가 9,000만 달러 규모의 장례식에서 침울한 분위기 속 소규모 행렬의 호송대를 이끌었다. 불교 승려들은 사원에서 기도를 주도했고 바깥의 보도에 앉은 검은 옷차림의 조문객들은 경의를 표하면서 두 손을 꼭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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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아버지'로서의 푸미폰 전 국왕의 명성은 신중한 왕궁 홍보부에 의해 빛을 발했고 왕과 주요 왕족들에 대한 비판은 엄격한 불경죄 법에 따라 금지됐다. 지난해 상당 기간 태국인들은 검은 옷을 입거나 어조를 낮추었으며 검고 하얀 리본을 학교 정문, 사원과 정부 건물에 달았다. 고(故) 태국 전 국왕을 위한 오랜 공식 조문은 29일 자정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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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도 푸미폰 국왕 '세기의 장례식장' 볼 수 있다
지난 몇달간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던 푸미폰 아둔야뎃 전 태국 국왕의 다비식 장소가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된다. 2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미폰 국왕 장례식 조직위원회는 방콕 왕궁 인근 사남 루엉 광장에 설치된 푸미폰 국왕 장례식장을 11월 2∼30일 일반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개방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방문객들은 사남 루엉 광장 중앙에 설치된 장례식장은 물론 주변에 설치된 전통 양식의 건물에서 열리는 푸미폰 국왕 관련 전시회도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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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위는 이 기간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장례식장에 음악을 틀고,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는 각종 공연을 진행한다. 특히 주말에는 크메르 왕국에서 전해져온 전통 가면극 '콘'(Khon) 공연이 열린다. 장례식장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방콕 왕궁과 함께 11월 한달간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모을 것으로 보인다. 푸미폰 국왕의 장례식장은 수천 명의 태국 예술가들이 동원돼 8개월 가까운 공사 끝에 완공된 태국 미술의 정수다. 공사비로만 수백억 원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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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전체 인구의 95%가 불교를 믿는 불교국가지만 종교와 문화 속에 힌두교와 자연종교의 의식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국왕을 대서사시 '라마야나'의 주인공인 '라마'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례식장도 라마야나 속 신들의 세계를 표현해 웅장하고 신비롭다.
다비식(茶毘式)장 중앙에는 수미산(須彌山, 고대 인도의 우주관에서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상상의 산)을 형상화한 50m 높이의 건축물이 우뚝 섰고, 그 주변을 8개의 큰 산과 바다 모형이 둘러쌌다. 또 서사시에 등장하는 400여 개의 크고 작은 동물상도 들어서 있다. 장례식장 설계 총책임자인 폰툼 투위몬 박사는 "국왕은 살아있는 신이며 사후에는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간다고 믿는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장례식장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