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문화 고쳐야 한다

  • 등록 2010.09.20 15: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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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안우환 교수
.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 추석은 풍부하고 편안한 고향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온 가족이 하나의 공동체로서 조상의 제사준비에 분주하다. 과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제사를 통하여 “효”정신을 배웠고 계층간의 위계질서를 체험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요즘 조상에 대한 제사문화가 많이 변질 돼 안타깝다. 우리의 제사문화는 산업사회를 겪으며, 그 오랜 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심지어 일제강점기에는 번문욕례(繁文縟禮)라 했고 산업사회에서는 고루(固陋)와 낭비가 심한 제도로 평가받았다. 또 1969년 가정의례준칙이 법제화되면서 전통성에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되었다.

보건사회연구원 설문조사에 의하면 광역시 이상 대도시주민의 연간 성묘횟수는 한 번도 하지 않은 경우가 13%, 1회가 26.1%에 불과하며 조상의 분묘를 관리하지 않고 버리는 무연분묘도 전체분묘의 약 40%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사라져 가는 제사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지극정성으로 모셔야 할 제삿날에 가족여행을 즐기면서 호텔에서 제수음식을 별도 주문하여 형식적으로 제사를 모시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는 우리의 전통관습을 훼손하고 조상을 욕되게 하는 행위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다. 우리의 전통제사문화가 왜 이런 지경까지 왔는지 개선의 여지는 없는지 우리 다같이 풀어야할 당면과제이다.

전통제사의 의미는 사람이 죽으면 혼(魂)과 백(帛)으로 분리되고 혼은 하늘로 백은 땅속으로 흩어진다고 한다. 그 흩어진 혼백을 제사를 통하여 4대조(고조)까지 사당에서 조상신(祖上神)으로 모시게 되며 이는 생전에 못 다한 조상의 은혜에 보답하고 가족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할 뿐 아니라 후손들의 발복(發福)을 기원 한다. 제사의 종류는 사시제(四時祭), 시조제(始祖祭), 선조제(先祖祭), 녜제(禰祭), 기일제(忌日祭), 묘제(墓祭)가 있으며 그중 4계절 제사인 사시제와 부모제사인 녜제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모두 없어지고 기일제와 차례만이 겨우 전통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사의 방법을 바꾸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다. 전통관습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국민의 일상생활을 통하여 우리와 함께 하면서 체질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의 가정에서 현실적인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사라져 가는 제사문화가 아쉽기는 하지만 사회변화에 무조건 버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제사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전통을 계승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 된다. 각 가문의 환경여건에 따라 선택의 방법이 상이하겠지만 학문적 근거를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2대조 “기제사와 차례”만 모시는 방법이다. 이는 1999년 공포된 건전가정의례준칙에서 이미 시행했던 제도로 4대조 제사보다 간소화된 방법이다. 둘째 “연시제”(年時祭)만 모시는 방법이다. 제사 중 사시제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왔던 의미를 되살려 4계절 중 1계절만 택일하여 연 1회 합동으로 모시는 방법으로 전통성을 지키면서 범위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셋째 부모의 제사만 모시는 방법이다. “경국대전”에서 신분에 따라 제사의 범위를 구분 하였는데 서민들은 부모제사만 모시는” 규정에 의거 가족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넷째 “차례”만 모시는 방법이다. 추석, 설 중 택일하여 연 1회 모시는 방법으로 전통제사에는 없으나 관습으로 함께 계승되고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우리의 전통제사문화는 토속신앙, 유교, 불교, 천주교, 기독교 등 시대변천에 따라 누가적(累加的) 형태로 발전되어 왔기 때문에 종교별 의례내용이 전통제례와 유사성이 많다. 따라서 종교별 제사와 유교식 전통제사가 중복된 경우 택일하여 모시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절차를 간소화 하자니 불효자란 소리를 들을 것 같고 전통관습을 지키자니 어려운 환경여건을 감수할 자신이 없고 그렇다고 계속 망설일 수도 없는 난감한 실정이다. 금번추석에는 지금까지 차일피일 미루어온 제사방법이 가족의 합의과정을 통하여 현실적으로 결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뉴스관리자 기자 info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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