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건강은 의무이다 -변성식

2020.11.10 16:04:44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것이 병마와의 싸움이다. 노화로 인한 변화가 자연스러운 것이기는 하지만 표면화된 질병으로 인한 전후의 변화는 존재감의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노년의 건강한 삶에 대한 숱한 강의를 해오던 필자도 실제 체험을 통한 현실에 충격이 적지 않다. 필자는 지난 5월에 대장암 4기 진단을 받고 10월에 수술을 하고 현재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항암이 끝나면 다시 한번의 수술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느끼는 나의 삶은 암 진단을 받기 전과 후로 나뉜다. 활발한 사회생활을 해오던 나로서는 급격한 삶의 변화를 절감하고 있다. 바로 존재가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의 관계가 서서히 뜸해지다가 사라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동료애를 넘어 형제 운운하던 인간관계마저 희미해지면서 나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눈길도 간격을 띄우며 조심스러워하는 것이 보이고  뭔가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알아채기까지는 불과 몇개월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지만 계절이 바뀐 것처럼 차이가 있다.

암진단 이전의 나라는 존재와 암환자라는 명찰이 붙여진 지금의 존재의 차이는 무엇일까? 주변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여러가지 핸디캡을 안고 살아야 하는 지금은 예전의 내가 아니며 모든 선택과 판단이 내것이 아니게 되었다. 왜 이런 것들을 미리 생각하지 못했을까?하는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

나이 들수록 건강해야 하는 것은 나를 위함이 아니라 주변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 더 크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이는 국가를 위해서도 당연한 의무이다. 때문에 나이가 들면 자신을 위한 성찰의 깊이가 더욱 깊어져야 한다. 앞에 나서기보다는 자제하며 존재가치가 사라지는 시간을 최대한 늘여 충격을 줄여나가야만 한다. 

통증으로 인한 신음을 자제하려해도 호흡처럼 뱉어지고 찡그린 얼굴이 고약해보이는 인상으로 바뀌었다. 동정심을 갖게하는 모든 동작이 처량하다. 혼자임에도 징징거리며 통증을 설명하며 공감을 바라는 의존을 바라는 약해진 마음도 기운을 빠지게 하는 요인이다. 이 모두가 주변을 지치게 하며 회피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아직은 기운이 있는 이들은 대수롭지 않은 말이다.

나도 그랬다. 대수롭지 않았고 생각조차 않았던 것이지만 지금은 절절함으로 통감하며 투병을 이어나간다. 노년의 건강은 나를 위함보다는 주변 세상을 위한 필수 의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존재가치의 급격한 쇄락은 심리적으로도 투병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동원 기자 info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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