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아궁이에 넣고 불태운 비정한 남편이 "장례절차였을 뿐이다"고 항변했지만 2심에서도 징역 20년형을 벗어나지 못했다. 19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김재호 부장판사)는 살인 및 사체 손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53)씨에 대해 1심과 같이 징역 20년,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살인의 고의가 없고 시신을 불태운 것도 시신을 수습하기 위한 나름의 장례 절차였던 만큼 사체 손괴의 고의도 없다고 줄곧 주장하나 이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가 충분히 인정되고 장례 절차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범행을 은폐할 목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처음부터 살인을 계획한 것이 아니라 우발적 범행인 점 등을 참작했다"며 그나마 봐준 형량임을 알렸다.
A씨는 지난 1월 2일 오후 3시 춘천시 동산면의 공원묘지에서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 B(52)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양손으로 아내의 머리를 옹벽에 수차례 부딪치게 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내가 숨지자 시신을 자신의 승용차에 싣고 홍천군 내촌면의 빈집으로 이동, 오후 6시쯤 부엌 아궁이에서 시신을 불태워 훼손했다. 이어 타고 남은 유골을 아궁이 옆에 묻거나 인근 계곡에 버려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B씨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은 남편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체포했지만 결정적 증거인 아내 시신을 찾지 못해 자칫 '시신없는 살인사건'이 될 뻔했다.
이후 경찰은 홍천의 빈집에서 B씨의 소집품과 타고 남은 유골을 찾아냈다. 이혼 소송 중이던 A씨는 교통사고로 숨진 B씨 오빠의 묘 이장 문제로 다투던 중 아내가 재결합 요구를 거부하자 격분, 아내의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수차례 내리쳐 숨지게 했다. 이어 시신을 차에 싣고 홍천군의 한 빈집으로 가 아궁이에 시신을 넣고 불태운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후 A 씨는 시신을 실었던 차량 안 쇼파를 물로 세차까지 했다. 경찰에 잡힌 A씨는 "아내를 좋은 곳에 보내주려고 아궁이에 장작을 넣고 그 위에 시신을 가부좌 자세로 올려놓은 뒤 등유를 부으며 3시간가량 태웠다"고 시신 훼손이 아닌 장례절차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A씨가 홍천의 한 주유소에서 등유를 구입한 사실을 밝혀내 A씨의 말의 신빙성이 떨어졌음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