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의 방위는 예절을 공부하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사항으로 관례 혼례 상례 제례등 가례는 물론 사회에서도 남녀 장유의 질서의 근간이 되고 있다.
이 방위개념은 실제의 방위와는 다르게 일상생활의 질서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방위를 결정하는 원리는 의례가 이루어지는 공간에 한정되며 그 공간 안에서 어른이 계신 곳을 기준으로 한다. 기준점에서 바라보이는 쪽이 남쪽, 왼쪽이 동, 오른 쪽이 서가 된다. 일반적으로 어른이 계신 곳, 임금이 계신 곳, 상례나 제례 때는 신위가 있는 곳이 기준점이 된다. 그리하였을 때 아래 그림과 같이 남자가 양이기 때문 왼쪽이 되고 여자는 음이기 때문에 오른쪽이 된다. 남좌여우(男左女右)는 이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도(地道)나 신도(神道)는 음을 숭상한다고 하여 생시와 반대로 남자가 오른쪽인 서쪽, 여자가 왼쪽인 동쪽에 자리하게 된다. 좌우의 표현은 누구를 기준으로 하는가에 따라 혼동될 수 있다. 퇴계 이황 선생은 이를 좀 더 정확히 하기 위하여 “북쪽에서 남향하여 좌우로 나누면 고(考)는 서쪽으로 오른쪽이 되고, 비(妣)는 동쪽으로 왼쪽이 된다.”고 하였다. 고(考)와 비(妣)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일컫는 말이다.
아래 묘비를 보면 왕이나 일반인이나 모두 여자의 자리가 동쪽인 것을 알 수 있다.
부좌(祔左)라는 말은 왼쪽에 묻었다는 말이다. 왼쪽은 퇴계선생이 말한 것처럼 동쪽이다. 왼쪽에 묘를 쓸 수 없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만약 뒤에 묻었을 경우 그에 따라 부후(祔後)라고 쓴다.
이런 묘비의 양식은 전통사회에서 남자 위주의 문화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즉, ‘철종장황제의 묘이고 철인장황후를 왼쪽에 묻었다’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부부의 묘임을 표시하는 묘비도 있다. 이 묘비는 묻혀진 상태대로 쓴다. 지금은 대체로 이 형식을 취하고 있다.
사당에 모셔진 위패도 묘소와 마찬가지로 여자가 동쪽 남자가 서쪽이다. 제사지낼 때 지방의 형식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국립현충원에 가면 묘비에 남녀의 위치가 다르게 되어 있다.
예절의 방위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요소이다. 남녀의 자리는 이러한 예절의 방위를 기본으로 하여 정해진 것으로 지금도 문화전통으로 계승되고 있다. 다만 현충원에서만 바뀌어 있다.
현충원에서 이러한 묘비 양식의 문제는 박정희 대통령부터 있었던 것으로 이후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최규하 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도 그 관행을 따르고 있고 기타 국가유공자묘역도 모두 그렇게 되어 있다.
현충원에서만 그렇게 바꾸어서 써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걸까? 단순한 오류라면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서 우리의 전통을 계승하는데 누가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글 : 순남숙 예지원원장]
새종대학교 대학원 가정학과(의상전공), 가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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